<살려 쓸 우리말>㊳ ‘눈탱이’의 ‘-탱이’는 뭘까?

2016.03.10 15:00:36

학생들끼리 쓰는 말로 ‘담임’을 ‘담탱이’라고 한다. 분명 표준어도 아니고 좋은 뜻을 담고 있지도 않다. 그렇다면 ‘-탱이’라는 말은 왜 붙게 됐을까. ‘-탱이’가 붙은 말로 표준어 중에는 ‘영감탱이’라는 말이 있다.

(1)영감탱이 ≒영감쟁이ㆍ영감태기: 나이 든 남편이나 늙은 남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

상대를 낮잡아 이르는 뜻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표준어는 아니지만 여러 방언에서 ‘-탱이’가 붙은 말을 발견할 수 있다.

(2)볼탱이(볼따구니/볼때기/볼퉁이)

‘볼탱이’는 ‘볼따구니/볼때기/볼퉁이’의 방언인데, ‘볼탱이’는 ‘볼퉁이’에서 소리가 바뀐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볼퉁이’는 ‘볼’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이러한 소리 변화는 일부 방언에서 ‘귀퉁이’를 ‘구탱이’라고 하고 ‘모퉁이’를 ‘모탱이’라고 하는 것과도 같다.





이른바 ‘ㅣ’모음 역행 동화라고 하는 음운 현상인데, 앞 음절의 후설모음 ‘ㅏ,ㅓ,ㅗ,ㅜ’가 뒤 음절에 전설모음 ‘ㅣ’가 오면 이에 이끌려 전설모음 ‘ㅐ,ㅔ,ㅚ,ㅟ’로 변하는 현상이다. 후설모음이 전설모음으로 바뀌는 일종의 전설모음화인데, 특히 뒤에 오는 ‘ㅣ’의 영향이므로 ‘ㅣ’모음 역행 동화라고 한다.

(3)아비→[애비], (잡히다→)[자피다]→[재피다], 어미→[에미], (먹이다→)[머기다]→[메기다], 고기→[괴기], (속이다→)[소기다]→[쇠기다]

이런 현상은 발음을 편하게 하려는 욕구로 일어나는데 표준발음으로 인정하지 않고 표기도 원형대로 밝혀 적어야 한다. 그러나 일부 굳어진 말은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다.

(4)냄비, 개구쟁이, 멋쟁이, 서울내기, 새끼, 재미, 채비 등

이 말들은 원래 ‘남비, 개구장이, 멋장이, 서울나기, 삿기, 자미, 차비’ 등 뒤에 오는 ‘ㅣ’모음의 영향으로 소리가 바뀐 것이다. ‘-퉁이’가 ‘-탱이’로 바뀐 것도 그런 현상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퉁이’는 어떤 뜻이 있는지 살펴보자.

(5)-퉁이: ① (사람의 신체 부위를 나타내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비하’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 눈퉁이, 배퉁이, 젖퉁이
               ② (사람의 태도나 성질을 나타내는 몇몇 명사 뒤에 붙어) ‘그런 태도나 성질을 가진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 꾀퉁이, 미련퉁이, 심술퉁이

‘-퉁이’가 결합한 말은 대체로 ‘비하’하거나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6)눈퉁이: 눈두덩의 불룩한 곳을 속되게 이르는 말
(7)미련퉁이: 몹시 미련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8)노랑퉁이: 영양 부족이나 병 따위로 얼굴빛이 노랗고 부석부석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9)매련퉁이: 몹시 매련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매련하다: 터무니없는 고집을 부릴 정도로 어리석고 둔하다)

‘-퉁이’, ‘-탱이’가 대상을 낮잡아 이르는 것처럼 ‘-팽이’가 결합한 말에도 비슷한 뜻이 있다.

(10)오금팽이: ① 구부러진 물건에서 오목하게 굽은 자리의 안쪽
                      ② 오금이나, 오금처럼 오목하게 팬 곳을 낮잡아 이르는 말
(11)좀팽이: ① 몸피가 작고 좀스러운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② 자질구레하여 보잘것없는 물건

‘오금팽이’, ‘좀팽이’도 낮잡아 이르는 뜻이 있는데, ‘오금팽이’를 비표준어인 ‘오금탱이’라고도 하고, ‘쟁퉁이’를 비표준어인 ‘쟁팽이’라고도 하는 것처럼 ‘-탱이’와 ‘-팽이’에 비슷한 뜻이 있다. 중요한 것은 ‘담탱이’, ‘눈탱이’와 같은 속된 말을 쓰면 그 말을 하는 당사자도 속되게 취급받는다는 것이다. 
김형배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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