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싱가포르 메이플라워 초등학교 6학년 수학 시간. 이날 수업에서 학생들은 드라마 속 무대 디자이너로 분했다. 교실을 작업실 삼아 저마다 고객이 요청한 상품을 만들기 위해 골판지를 자르고 붙이는 작업을 진행했다. 아이들이 사용하기 편하고 저렴하면서 반드시 원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세 가지 주문을 충족하느라 고심하는 표정이다. 이 수업의 주제는 바로 원의 반지름과 지름, 원주에 대한 것이다.’
싱가포르 일간지 스트레이트 타임즈는 최근 학교 현장에 퍼지고 있는 非예술 교과의 ‘드라마 수업’을 보도하며 메이플라워 초등교를 소개했다. 수학이나 과학, 경영 교과 등에서 가상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예술적 요소를 적용해 교육 효과를 높이고 있다는 내용이다.
보도에 따르면 메이플라워 초등교는 지난 2012년 초등 4·5학년에서 3개 학급으로 드라마 수업을 시작해 현재 모든 학년에 이를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수학 교과에 일종의 드라마 요소를 적용한 것이 교육부로부터 혁신적 교수법으로 인정받아 상을 받기도 했다.
제시 칭 수학 교사는 “드라마를 활용했더니 학생들이 수업 중 생기는 도전 과제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교사 입장에서도 학생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수업은 싱가포르 국립예술위원회(NAC)가 지난 2012년 ‘예술 프로그램 적용 교육(TTAP)’ 계획에 따라 추진돼 왔다. 현재는 15개 학교에서 이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매년 2~3개교씩 참여가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케네스(Kenneth Kwok) NAC 예술·청소년·전략기획 감독은 “예술 기반 수업 활동은 학생들에게 마찰이나 관성 등 추상적인 개념을 시각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며 “학습 내용을 감정적 요소와 연관시키면서 깊이 있는 학습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식을 무조건 암기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게 아니라 드라마와 엮어 이해하다보니 기억도 더 잘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NAC는 희망 학교와 예술가들을 연결시켜 교사와 예술가들이 해당 교과와 단원을 함께 분석하고 시나리오를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은 교사들에게 다양한 학생 유형에 적합한 창의적인 교수법을 구안하도록 돕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드라마 수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학에서도 이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수업을 개설했다. 싱가포르 공업전문대(Singapore Polytechnic)는 2008년부터 매년 45명을 선발해 3년제 학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는 드라마를 활용해 학교와 지역사회를 참여시키는 방법에 대해 가르친다. 싱가포르 경영대학(Songapore Management University)에서도 ‘포스트모던 연극’ 수업 과정에서 지난해부터 예술을 활용한 실험적 교육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엘비라 홈버그 싱가포르 드라마교육협회장은 “최근 7년간 싱가포르에서는 교육계와 학계, 지역사회에서 드라마를 활용한 사례가 급격히 늘어났다”며 “모두가 참여하는 예술 활동으로서 드라마를 적용하는 분야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문영 기자 ymy@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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