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알아야 수업에 힘이 생긴다”

2016.04.14 21:02:49

서울 창동중, 담임·교과 교사 모여
관심·보호 필요한 학생 정보 공유
문제행동 대처·생활지도에 도움


“은수(가명)는 우울증 약물 치료를 받고 있어 가끔 무기력할 때가 있는데, 북돋아주시면 열심히 하는 친구니 잘 지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11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창동중 스마트 교실. 3학년 11개 학급 담임교사와 교과 전담 교사 2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정면 칠판에 스크린을 두고 교사들이 ‘ㄷ’자 형태로 둘러앉았다. 스크린에는 각 학급의 학생 얼굴 사진이 한 장씩 넘겨졌고, 담임교사는 특별한 관심과 보호가 필요한 학생에 대해 다른 교사들에게 설명했다.

이 학교는 2년 전부터 학기 초에 이같은 형태의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1·2학년도 따로 날짜를 정해 회의를 개최한다. 주의가 필요한 학생에 대한 특징을 담임교사 혼자만 알기보다는 그 학생을 가르치는 모든 교사와 공유하자는 취지다.

담임교사들은 3월 학생 상담, 학부모 면담 등을 통해 파악한 정보 중에서 다른 교사도 알아야 수업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는 사항을 골라 발표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히고 문제행동에 대해서도 사전에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의를 기획한 이수윤 수석교사는 “교사는 다른 교사와 교류가 없어 섬과 같다”며 “아이를 제대로 알려면 교사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를 제대로 알아야 수업에 힘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또 하나의 업무로 느껴 손사래 치는 교사들이 많았다. 다함께 모이는 시간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크게 준비할 게 없고 한두 시간만으로도 알 수 있는 학생지도 비결이 많다보니 지금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담임교사들은 관심이 필요한 학생들을 소개하며 학생 지도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경희 교사는 “저희 반 효린(가명)이가 학급 친구들 사이에서 존재감이 없고 의기소침한데 선생님들께서 다른 아이들 앞에서 많이 칭찬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윤혜성 교사는 “경욱(가명)이가 수업시간에 자거나 분위기를 많이 흐려놓는데 문제가 생기면 저에게 메신저로 꼭 알려주세요. 부모님이 학업에 관심이 많으셔서 함께 방법을 강구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학생의 건강 상태를 알리며 수업 활동에 고려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홍성미 교사는 “소정(가명)이는 성장클리닉을 다니고 있어 다리를 다치면 안되니까 활동 구안하실 때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영 교사는 “민지(가명)가 성장치료로 학교를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얘기를 하는 것에 민감하니 왜 결석했냐고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교사들은 서로 알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은수가 우울증이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는 담임교사에게 안전생활부 교사는 지난해 살펴본 결과 감정기복이 커서 단정 짓기 어려우니 상담교사와 수시로 협조할 것을 권했다. 자신의 수업시간에 눈에 띄는 학생에 대해 담임교사에게 묻기도 했다.

양승숙 교사도 회의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양 교사는 “평소 얌전한 소원(가명)이가 얼굴 피부색이 검은 것에 콤플렉스가 있어 선생님들이 건강해 보인다라고 말만 해도 과잉반응을 보였다고 한다”며 “회의를 통해 이걸 미리 알게 되니 불필요한 충돌을 겪을 필요가 없어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배남환 교장은 “보통 학기 초에 선도가 필요한 학생들의 명단만 나눠주는 데 이렇게 구체적 정보를 공유하다보니 문제행동이 발생했을 때 대응방안이 달라지고 선제적으로 생활지도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다른 학교에서도 손쉽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문영 기자 ymy@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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