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청 통폐합 반강제 추진 농산어촌 교육·마을 황폐화”

2016.06.02 17:23:03

교육부 계획에 지역 반발 확산
“경제논리에 학생만 피해” 우려
교총 “축소보다 육성정책 펴야”


소규모 교육지원청을 통폐합하는 추진계획이 발표돼 농어촌 교육의 황폐화가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현장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31일 ‘소규모 교육지원청 조직 효율화 추진계획’을 마련하고 3년 연속 관할 학생수가 3000명 미만인 지원청 25곳을 통폐합 대상으로 지목했다. 교육부는 이달 중 이들 교육지원청을 ‘과’ 없는 단일조직 수준으로 축소하도록 ‘지방교육행정기관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일부 개정하기로 했다. 선정된 교육지원청은 강원 3곳, 경남 2곳, 경북 8곳, 전남 4곳, 전북 5곳, 충남 1곳, 충북 2곳이다.

교육부는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행‧재정적 비효율이 초래되는 소규모 교육지원청을 자율 통‧폐합해 지방교육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통폐합 지원청에 4년간 특별교부금 및 총액인건비를 지원하고 폐지 지역에 ‘교육지원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대상에 오른 교육지원청들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북 A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해당 지원청과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갑작스러운 통보에 아직 이렇다 할 방침을 정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상 지원청이 8곳으로 가장 많은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경북은 지리적으로 가장 커 통폐합을 하면 관할구역이 지나치게 넓어진다”며 “현장 밀착 지원이 어려워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감사원 감사에서 이미 통폐합 권고를 받아 홍역을 치른 단양지역은 다시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대수 충북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은 “자발적 통폐합 유도라고는 하나 구조적‧행정적으로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은 결국 학생‧학부모들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며 “행정을 불편하게 만들어 통폐합에 이르게 한다는 것은 사실상 강제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김영길 단양군운영위원협의회장은 “제천과 통폐합하면 거리상 40km 정도인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왕복 두 시간이 넘는다”며 “소규모 학교에 이어 지원청마저 통폐합하면 가뜩이나 메말라가는 지역정서를 되돌릴 길이 없어진다”고 토로했다. 단양군민 1만8000여 명은 지난 3월 통폐합 반대 서명을 교육부에 전달하고 강력한 반대의지를 피력해왔다.

교육지원청 통폐합은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교육부는 2010년 ‘권역별 기능거점형 교육지원청 모델’을 충남‧전북‧전남‧경남 등에서 시행했으나 업무절차 증가, 원거리 출장 등에 따른 적시 대처 곤란 등의 문제가 발생, 결국 각 교육지원청으로 업무를 환원한 바 있다.

교육부가 통‧폐합 성공 사례로 제시한 속초양양교육지원청도 양양교육지원청을 다시 개청해달라는 지역주민들의 요구가 거세다. 강원교육감은 지난해 양양교육지원센터를 개설해 교육이나 연수를 받기 위해 속초로 오는 교육당사자들의 불편을 어느 정도 해소했지만 개청 요구는 여전하다.

김종헌 속초양양교육지원청 교육장은 “센터에 장학관 한 명과 주무관 6명을 배치했지만 사실상 중요한 결정은 본청에 와서 하는 등 인력배치에 고민이 깊다”며 “지역 고유성을 살리는 행사를 추진하기에도 거리상 제약이 많아 양양지역 주민들에게 소외감을 주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은 마을의 구심점이자 문화인데 경제논리로만 접근하는 것은 농어촌 교육은 물론 마을의 황폐화만 가속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교총은 1일 입장을 내고 “2004년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을 제정해 지역 살리기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역공동체 유지의 원동력인 교육기능을 약화시킨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없애기보다 교육지원청의 장학 및 지원행정을 확대하는 장기적 관점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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