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누군들 사연 있는 이야기 하나 없을까마는 40년이 가까워지는 교직인생에서 쓰고 싶고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밤을 새워도 모자랄 것 같다.
어렸을 때 할머니는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하면 소설책 2~3권은 거뜬할 거라고 얘기하셨다. 나도 그랬나보다. 교단수기공모라는 글을 읽는 순간 바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2시간 만에 완성한 원고를 수정하자마자 바로 보냈으니까.
손에 가시처럼 그 아이는 불쑥 불쑥 내 삶의 어느 순간에 나타나 마음을 불편하게하고, 궁금하게 하고, 슬프게 하기도 했다. 내 잘못이 아니지만 괜히 미안하고 눈치가 보이고, 상대가 마음을 다칠까봐 노심초사했던 기억의 편린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내 자신이 무능하고 괴로웠던 시간들.
그런데 가슴에 담아둔 이야기를 쓰고 나니 마치 신부님 앞에서 고해성사를 한 것처럼 마음이 조금 덜 무겁다.
살면서 후회 없는 인생도 있을까? 남에게 한 번도 상처주지 않은 삶도 있을까? 언제나 봄날처럼 따뜻하고 화사하게 지낸 삶도 있을까?
아침 출근길, 화단 옆 시멘트 틈 사이에 돋아난 잡초를 보고 무릎을 구부려 앉아 들여다본다. ‘그래, 열심히 살아. 바람도 마시고, 물도 마시고, 구름도 보면서. 햇살에 빛나는 조명 받는 삶이 아니어도 너도 이 우주만큼 소중한 생명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