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메일에 멍드는 동심(童心)

2005.03.17 11:01:00

대한민국을 IT강국으로 올려놓은 효자는 뭐니뭐니해도 인터넷이다. 보급률로만 따지면 세계 1위라고 한다. 그러니 도시든 농촌이든 지역을 불문하고 정보의 바다로 연결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일반화되었다. 이제 인터넷은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만큼은 사치품이 아니라 생활필수품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생활의 일부로 인식될 정도로 친숙해진 인터넷은 잘만 사용하면 복이 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으면 크나큰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하여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는 불법 음란메일은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더불어 사회적 건강까지도 해치고 있어 특별한 경각심이 요구된다. 그런 면에서 며칠전에 겪은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

저녁 여가시간을 이용하여 컴퓨터로 문서 작업을 하던 중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아이로부터 친구가 보낸 메일을 확인하고 싶다는 얘기를 듣고 잠깐 자리를 내준 일이 있었다. 잠시 다른 일을 하다 무심결에 딸아이가 접속한 컴퓨터 화면을 보게 되었다. 마침 편지읽기를 클릭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마치 굴비를 엮어 놓은 듯 제목마다 음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메일이 화면에 가득찼다. '섹쉬 화끈 동영상∼', '벗끼는 재미가 솔솔^^', '원초적 누드의 절정∼' 등 그 제목만으로도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었다. 그처럼 음탕한 내용으로 가득한 메일 가운데서 딸 아이는 친구가 보낸 편지를 찾고 있었다.

성인들에게도 문제가 되고 있는 음란 스팸메일이 설마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전달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기에 더욱 충격이 컸다. 아직은 세상 물정과는 거리가 먼 순수하고 연약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이처럼 음란한 언어와 영상 앞에 노출되었다고 생각하니 오금이 저리고 모골이 송연해졌다. 그렇게 자랑스럽게 내세운 인터넷 강국의 현주소가 바로 이런 모습이었나 하는 생각에 심한 자괴감마저 들었다.

물론 당국이 누차 강력한 처벌의지를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음란메일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실효성없는 처벌에도 원인이 있다. 일단 적발되더라도 부과된 과태료보다 벌어들이는 이익이 더 많다면 음란메일이 성행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업자들의 양심에 호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장차 이 나라를 짊어져야 할 어린이들은 우리가 가진 유일한 자원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어떤 이유로든 정신적 폭력과 다름없는 음란메일이 접근하는 것 자체를 용납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 번 엎질러진 물은 되돌릴 수 없듯이 음란물에 오염된 아이들의 정신세계를 원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국은 인터넷 강국이라고 자랑만 늘어놓기에 앞서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는 불법 음란메일의 실상부터 파악한 뒤, 그에 따른 적절한 대처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만약 현행법의 처벌 조항이 미약하다면 법률 개정을 통해서라도 다시는 불법 음란메일이 사이버 공간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규제와 처벌을 강화해야 마땅할 것이다.
최진규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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