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먹을 짓 하지 말자

2005.06.02 11:53:00

초등학교 동창 모임이 시내에서 있어 퇴근 후 부리나케 약속장소로 향했다. 오랜만에 한 번씩이지만 이렇게 모임에 갈 때는 아무리 급해도, 약속시간에 조금 늦더라도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과 창밖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두루 경험하기 위해 시내버스를 탄다.

의자 깊숙이 엉덩이를 들이밀고 앉아 상념에 잠겨 여유를 누리는 날도 있지만 손잡이를 잡고 서서 차체의 흔들림에 따라 이리저리 밀리면서 차창너머의 풍경을 바라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시내버스 안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려는데 특별한 사연이나 꼭 그래야 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출퇴근 등 승용차가 삶의 중요한 수단이 되다보니 이렇게나마 세상물정을 알고 싶었다.

마침 빈자리까지 있어 한참을 그렇게 눈과 귀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운전기사가 크게 틀어 논 라디오에서 ‘서울 강남의 한 사립고교에서 교사와 학부모가 결탁해 성적을 조직적으로 관리해온 사실이 드러났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교육현장에서 ‘성적과 학생회장을 돈으로 사고팔았다.’는 소식과 함께 이런 일이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실상을 개탄하고 있었다.

내 앞에 앉아있던 두 명의 중년 여자들이 뉴스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거침없이 욕을 쏟아냈다. 그들을 욕하는 사람들이 어디 한두 명이겠는가?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 교사인 나도 그들을 정말 많이 욕했다.

‘비리의 종합선물세트’였다니 얼마나 비리를 저질렀단 말인가? 도대체 어린이들을 교육하는 학교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고 교사인 내가 반문하고 있었다. 선량한 수많은 교사들이 낯뜨거워할 일을 서슴없이 저지른 사람들이라면 빨리 교육계를 떠나야 한다. 그런 교사들까지 보호해야 할 만큼 관대한 교육계라면 어떻게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

모임에서 만난 내 어릴 적 친구들은 경제 실상을 얘기하며 하나같이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봉급쟁이가 제일 마음 편할 거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특히 공무원들을 부러워했다.

우리 교사들 돈 몇 푼에 양심을 팔만큼 그렇게 가난하지 않다. 팔 걷고 나서 비리를 저지를 만큼 그렇게 값어치 없는 사람들도 아니다. 교사평가 운운에 앞서 상식이 통하는 교육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마음 모른다.’지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세상 사람들로부터 욕먹을 짓 하는 그런 교사들이 발붙이지 못하는 교육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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