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양심, 아이들이 보고 있다.

2005.06.20 08:28:00


최근들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고조되면서 지역마다 사회체육이 활성화되고 있다. 그런 추세를 반영이라도 하듯, 리포터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지난 일요일 도지사기가 걸린 도내 배드민턴대회가 열렸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각 시군을 대표한 많은 동호인들이 참가하여 성황을 이뤘다. 아무리 아마추어 대회라 하더라도 경기에는 승부가 있고 그래서 적당한 재미와 긴장감이 따르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배움의 전당인 학교 시설을 빌려 행사를 주최한 담당자들이나 경기에 참가한 동호인들의 무절제한 의식 수준에는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쓰레기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곳곳에 버려진 오물과 학교는 '금연구역'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또 꽁초를 아무렇게나 버리는 어른들의 비뚤어진 양심을 지켜보자니 얼굴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한 술 더떠 경기를 하러왔는지 아니면 무슨 야유회를 온 것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체육관의 한 구석을 차지한 채 여럿이 둘러앉아 술판을 벌이는 모습에는 화가 치밀어 오를 지경이었다.

꼴사나운 풍경을 지켜보는 단 몇 분 동안에도 버리는 사람은 있어도 줍는 사람은 단 한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이야 어떻든 나 한사람만 편하면 된다는 식의 극단적 개인주의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일부 어른들 가운데는 행여 아이들이 배우지나 않을까 걱정됐던지 얼굴을 찌푸린채 서둘러 체육관을 빠져나가는 모습도 보였다.

주말이라도 대학입시를 목전에 둔 고3 학생들과 이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이 학교에 나와 무더운 날씨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공부에 전념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했을 때, 교육 시설을 빌려쓰는 것 자체만으로도 미안함과 함께 신중한 처신이 필요했음은 당연하다. 특히 대부분의 동호인들이 자식을 기르는 학부모라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그 행동 하나하나를 아이들이 보고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평소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휴지 하나라도 함부로 버려서는 안되고, 특히 술과 담배는 어른이되서도 몸에 해로우니 절대로 가까이하지 말라고 교육시킨다. 그러나 학교 교육을 비웃기라도 하듯 체육관을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거리낌없이 음주와 흡연을 서슴치않는 일부 어른들의 비뚤어진 양심을 지켜보면서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자못 걱정스러웠다.

아이들은 매사 어른들을 보고 배우기 마련이다. 제발 아이들이 잘못됐다고 탓하기 전에 어른들부터 모범을 보였는지 반성하기 바란다.
최진규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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