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도서관, 교육의 미래다

2005.06.21 14:53:00


리포터가 근무하는 학교에 작고 아담한 도서관이 있다. 몇 년전에 개관한 이 도서관은 몰려드는 아이들로 연일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룬다. 하루 평균 300명 정도의 학생들이 이 도서관을 이용한다.

도서관을 찾아온 학생들의 모습은 매우 진지하다. 서가에서 책을 고르는 아이, 신문이나 잡지를 보고 있는 아이, 컴퓨터로 필요한 자료를 검색하고 있는 아이, 교과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는 아이, 오디오로 음악을 듣고 있는 아이, 비디오로 학습자료를 시청하는 아이, 세미나실에서 토론하고 있는 아이 등 각자의 관심에 따라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아이들로 가득찬 도서관을 보는 것은 실로 벅찬 감동이 아닐 수 없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아이들 스스로 도서관을 찾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대출되는 도서는 월평균 2,000권 안팎이다.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학생들의 독서량은 월평균 8권이 넘는다. 한달동안 무려 29권의 책을 읽은 학생도 있다. 이 학생은 학교 사정상 도서관을 개방하지 않는 주말을 제외하면 하루 한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는 것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가간 경쟁에서 학생들의 독서 경험은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지난해 문화관광부가 조사한 국민 독서실태를 보면 고등학생의 한 학기 독서량이 6.7권이었다. 1999년 조사때 7.1권이었던 것에 비하면 줄어든 것이다. 책은 늘어나고 있으나 독서량은 오히려 감소 추세에 있다.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월평균 독서량이 겨우 1권 남짓이라는 통계는 실로 우려할 만하다. 이와 같은 결과는 입시 중심의 교육환경에 기인한 바 크지만, 학생들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인색한 교육당국의 무관심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작년 말 현재 도서관이 없는 학교가 전국에 약 2,000여개교에 이르고 학생 1인당 평균 도서는 5.5권에 불과하다고 한다. 물론 독서 선진국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이와 같은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교육부는 2007년까지 연차적으로 1학교 1도서관 설치를 완료하고, 학생 1인당 도서도 10권 이상으로 확충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외형적인 구색 갖추기가 아니라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올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드는 일이다. 도서관은 책만 읽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의 다양한 관심이 실현될 수 있는 문화공간이라는 인식이 우선되어야 한다.

리포터는 난마처럼 얽힌 열악한 우리 교육의 현실을 풀어가는 해법의 단초를 학교 도서관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학교는 대학 입시를 위한 박제된 지식의 공급 장소가 아니다. 학생들이 창의적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 바로 학교인 것이다. 학생들의 지적 능력을 고양시키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 도서관의 활성화다. 물론 학생들이 독서에 열중할 경우 입시 준비에 대한 교사나 학부모들의 조바심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리포터가 근무하는 학교의 경우 도서관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학생들의 학력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사실은 참고할 만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획일적인 입시 중심의 교육이 아이들의 다양한 가능성을 싹부터 자를 수 있다는 점은 교육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문제는 ‘점수따는 기계’로 전락한 아이들에게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길러주는 것으로, 이는 독서를 통하여 성취할 수 있다
영상세대에 걸맞게 다양한 콘텐츠를 갖춘 학교 도서관에 아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도서관은 학교의 문화시설이며 정보화 시대를 선도하는 가장 기본적인 지식 인프라로 체증(滯症)에 걸려 있는 우리 교육의 숨통을 터줄 대안임에 틀림없다.
최진규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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