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바라보는 교육

2005.08.01 07:42:00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 텔레비전에 방영되어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당황한 방송사가 제작자의 사과문까지 발표하며 무마하려하지만 방송내용을 들여다보면 괜히 화가 난다.

「시어머니는 맞벌이를 하는 아들 내외를 위해 열심히 손자를 돌본다. 그런데 잠깐 화장실에 갔다 온 사이 어린 손자가 식탁 위의 국그릇을 엎어 손에 가벼운 화상을 입는다. 아들이 병원에 실려 갔다는 소식을 듣고 응급실로 달려온 며느리는 ‘애를 어떻게 봤느냐?’고 화를 내며 시어머니의 뺨을 때린다. 눈물을 쏟으며 하소연하는 어머니를 ‘어머니가 잘못했잖아요.’라며 아들마저 외면해 버린다.」

제살 깎는 아픔을 참아가며 ‘금이야 옥이야’ 길러준 부모를 길거리나 공항에 버린다는 세상이니 위와 같은 일이 왜 없겠는가? 하지만 우리 사회가 이만큼이나마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보면 기본윤리가 아직은 살아있다는 증거다. 그런데 온 가족이 시청하는 시간에 굳이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뺨을 때리는 장면을 왜 내보냈는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우리 주변의 현실을 조금은 앞서가는 게 방송이다. 방송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여론을 선도할 수 있을 만큼 권한이 주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방송이 패륜이나 불륜을 조장하는데 앞장서라고 그런 권한을 준건 더욱 아니다. 누구나 나이 먹으면 늙게 되어 있고, 늙으면 돈 떨어지고 힘없어 초라해지기 마련이다. 공익을 위한 일에 앞장서야 하는 방송에서마저 힘없는 노인들을 서운하게 한다면 어쩌란 말인가?

제작자가 ‘부모 자식 간 갈등의 극단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실제 장면을 보여 주지 않으면 요즘 세태를 표현할 수 없다고 봤다,’는 말도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의 삶이 너무 이기적이고 인정이 메마르다보니 텔레비전 화면에서마저 극단적인 장면을 봐야 만족할 수 있을 만큼 패륜이나 불륜 즉 가족공동체가 해체되는 장면에 중독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여름방학 우리의 아이들이 제대로 된 체험학습을 실천하기 바란다. 친가나 외가를 찾아 가족의 소중함과 구성원간에 흐르는 정을 몸소 느끼고, 할아버지나 외할머니에게 사랑과 귀여움을 받으며 경로효친을 배우고, 돌아오는 날 보따리 속에 하나라도 더 넣어주려는 어른들에게서 왜 인정을 베풀며 살아야 하는지를 알게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학습이 또 있을까?

현명한 학부모는 눈앞에 닥친 현실도 시급하지만 먼 미래를 바라보는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급하게 먹는 밥은 체하기 마련이다. 미래를 바라보는 교육은 느리지만 차분하게, 요란하지 않지만 계획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더운 여름날 학원공부 며칠 쉰다고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친척들을 만나 자연 속에서 가족의 소중함과 어른공경을 알게 하는 제대로 된 체험학습이 훗날 어느 보험보다도 더 튼튼한 울타리가 되어 자녀와 학부모의 미래를 밝게 한다.

사람은 보고 배운 대로 행동하게 되어 있다. 좋은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는 훗날 좋은 행동으로 보답한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것 중에는 좋은 것도 많다는 걸 잊지 말자.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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