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열심히 하겠습니다"

2005.08.06 13:55:00

오늘(8월 6일). 3주 동안의 여름방학 보충학습이 끝나는 날이다.

무더웠던 올 여름 방학의 보충학습이 선생님, 아이들 모두에게 유난히 힘들고 지루한 기간이 되었음에 틀림이 없었으리라. 연일 계속되는 찜통 더위에 아이들은 비지땀을 흘리면서 수업을 받아 왔으며 선생님들 또한 최소한의 시간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올리려고 무진장 애쓴 날들이었다. 하여튼 아무런 탈없이 보충학습이 끝난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마지막 4교시 수업이 끝날 무렵이었다. 누군가가 교실 문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열었다. 어머니 세 분이 양손에 음료수와 피자를 들고 서 계셨다. 날씨가 더운 탓에 어머니의 이마 위로 땀이 맺혀 있었다. 그러자 한 어머니께서 수업을 방해한 것에 미안한 생각이 드셨는지 내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선생님, 죄송하지만 아직 끝날 시간이 멀었나요? 오늘이 보충 마지막 날이라 아이들이 고생한 것 같아 먹을 것 좀 가지고 왔는데 괜찮을까요?"

나는 멋쩍어 하는 어머니를 안심시키며 대답을 했다.

"아닙니다. 이제 수업을 막 끝내려는 참이었습니다. 날씨가 덥죠?"

교실 밖에서 어머니와 이야기 한 내용을 엿듣기라도 한 듯 갑자기 아이들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한 아이가 어머니가 들고 있던 피자를 보더니 얼른 교실 앞쪽으로 뛰어나와 피자를 덥석 쥐어 교탁 위에 올려놓는 것이었다. 옆에서 아이의 이 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는 그 행동이 너무나 우스운지 연신 입가에 미소를 지으셨다.

잠시 후, 아이들에게 피자를 먹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게 하고 어머니가 가지고 온 피자와 음료수를 나누어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합창을 하였다.

"어머니, 잘 먹겠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합창이 끝난 뒤 아이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그리고 어머니는 먹고 있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기도 하였다. 그 모습이 어찌나 정겨워 보였던지 왠지 무더위가 싹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래, 다들 조금만 참고 열심히 하자. 알겠니?"

한 어머니의 말에 아이들은 목청껏 대답을 하였다.

"예, 어머니."

찜통 같은 더위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만은 녹일 수가 없는 것 같았다.

이제 아이들은 2주간의 휴식 아닌 휴식을 갖게 된다. 3주간 보충학습으로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으리라. 아무쪼록 개학 때는 모든 아이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보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김환희 강릉문성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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