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ㆍ중ㆍ고 학생들 중에 ‘안티 교사’ 카페에 가입해 선생님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학생들이 있단다. 학생시절 불만을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가 선생님들을 험담하고 비난하는 일이라는데 어쩔 것인가? 하지만 사진을 올려놓고 얼굴에 낙서까지 한다면 정도가 지나친 것 아닌가?
한 교사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키워드로 검색하다 ‘XX는 꺼져버려라’, ‘XX를 왕따 시키자’, ‘여학생의 가슴을 만졌다’ 등 자신을 비난하는 글을 우연히 발견했다니 무척 황당했을 것이다. 사실 ‘담죽모’(담임을 죽이고 싶은 모임), ‘담저모’(담임을 저주하는 모임), ‘안티 담탱이’(담임을 거부하는 모임) 등 이름부터 섬뜩한 카페가 수십 개라는 것을 신문에서 보며 처음에는 반신반의 했었다. 그런데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내 눈으로 사실을 확인하니 할말이 없었다.
‘안티 교사’ 카페를 소개하는 짧은 글에 저주와 분노가 등장한다. 그 사실만으로도 ‘안티 교사’ 카페에 어떤 글들이 게시되어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작은 것들이 큰일인 것처럼 침소봉대될 것이다. 근거 없는 이야기들이 사실처럼 왜곡될 것이다. 이해상관도 없는데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양 마구 짓밟을 것이다. 비방과 욕설이 난무하리라는 것은 보지 않아도 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마구 인신공격을 당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면... 그 당사자가 바로 자신이라면...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더구나 그 아이가 정을 주며 바른 길로 이끌던 아이였다면 교사도 인간이기에 배신감에 마음이 상할 것이다.
뒤에서 손가락질 하는 것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닉네임으로 자신을 감추는 것 얼마나 비겁한 일인가? 다수의 힘으로 해결하려는 것 얼마나 비효율적인 일인가? 비방과 욕설에 교권이 무너지는 것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이 합리적이지 못하다. 시공을 초월하는 열린 공간에서 다수가 잘못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게 인터넷이다. 그런 아이들과 인터넷이 존재하는 한 어떤 교사도 자유로울 수 없다.
교육적이냐 비교육적이냐를 따지기 전에 자기에게 조금 잘못 대해줬거나,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했거나, 자기의 자유를 구속했다고 생각하는 교사는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그렇다고 교육이 아이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코미디가 될 수도 없지 않은가? 그래서 교사와 제자가 원활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마당(열린 공간)이 절실히 요구된다.
어떤 일이든 양면성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도 그렇다. 민주주의는 자기 생각을 마음껏 발표하고 주장하되 다른 의견도 존중하면서 받아들일 때 건전하게 발전한다. 뒤에서 욕하기 전에 앞에서 떳떳하게 말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무작정 휩쓸리기보다는 주관을 갖고 잘잘못을 가릴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최소한의 예의를 알고 지킬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그래서 갈수록 교육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