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느 토요일보다 기분이 좋게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에 자모님으로부터 받은 편지 한 통 때문이다. 나를 기분 좋게 한 편지의 내용을 가감 없이 옮겨본다.
To. 존경하는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여러모로 신경써주시고 애써주신 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부족하고 철없는 우리 민욱이에게 관심 가져 주셔서 더욱 감사합니다. 어제 일은 잘 해결됐어요. 보배 어머니께서도 안심하고 가셨어요. 개구쟁이들과 함께 하시다보면 보람과 어려움도 있으시죠. 애쓰시는 선생님을 잊지 않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빕니다.
10월 15일
안민욱 엄마 드림
어제 우리 반에는 작은 사고가 있었다. 체육 전담 시간에 농구시합을 했고, 시합과정에 신체 접촉이 있었는데 그것이 빌미가 되어 수업이 끝나고 교실로 오는 과정에 다툼이 벌어졌다. 여기까지는 아이들 세계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고 교실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던 나에게 전해진 소식은 그렇지 않았다. 맞은 민욱이의 이가 부러졌다는 것이다. 순간 긴장을 하며 민욱이가 있다는 보건실로 향했다. 그때 민욱이 어머니에게 걸려온 전화마저 통화불량으로 중간에 끊어져 궁금증을 더했다.
민욱이를 만나보니 앞 이의 끝 부분이 아주 조금 깨져 있었다. 아이들에게 들었던 내용보다 깨진 부분이 적었고 이가 시리지 않다고 해 다행이었지만 사고가 일어난 경위를 조사하며 영구치라는 걸 걱정했다. 회사에 있는 민욱이 엄마에게 전화로 진상에 대해 알려주고 하교하면 앞 이를 자세히 본 후 판단해 달라는 얘기도 했다.
어떤 사고든 뒤처리가 중요하다. 서로 감정이 상하지 않으면 일은 쉽게 풀린다. 다같이 아이들을 키우는 학부모님들이지만 보배 엄마가 먼저 전화를 하는 게 순서일 듯 싶었다. 보배 엄마에게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전화로 자세히 알려줬다.
엄마가 민욱이를 만나 상태를 확인했다고 생각돼 전화를 했다. 하지만 민욱이는 아직 학원에서 돌아오지 않았고 보배 엄마가 찾아와 걱정하다 갔다는 것이다. 얼마 후 아이를 보니 그나마 다행이고, 다시 찾아온 보배 엄마를 아이들 일로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돌려보냈다는 민욱이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이번 일을 경험하며 며칠 전 퇴근 시간이 생각났다. 운전중에 전화를 받았는데 우리 반 자모였다. **가 자기 집 아이를 괴롭힌다는 하소연이 길게 이어졌다. 말끝에 **의 집에 찾아가려고 하니 전화번호를 가르쳐달란다. 나도 잘 알고 있는 일이라 수시로 지도중이었고 일부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어 전후 사정을 얘기했지만 감정이 격한 상태라 뜻이 전달될 리 만무했다. 또 그런 상태에서 전화번호를 가르쳐 줄 수도 없었다.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테지만 아직은 미완성인 게 아이들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 일어날 일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내 자식이나 남 자식이나 다 똑같은 자식이다. 남 자식이 저지른 일 내 자식도 저지를 수 있다. 어떤 일이든 이해하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이번 일을 슬기롭게 해결해 준 민욱이와 보배 엄마 같이 훌륭한 학부모님들이 많다면 분명 교사들은 행복할 것이다. 교사가 행복하면 아이들이 즐거운 것 당연한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