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메일을 확인하다 부총리의 서신을 접했다. 교원 전문성 신장을 위한 교원평가제 시범운영에 부쳐 ‘선생님께 긍지를, 학교교육에 신뢰를’하는 제목의 글이었다.
이 글에서 부총리는 어떻게 하면 선생님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교육현장에서 보람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해 왔다고 말했는데 작금의 교육부가 진행하는 시책을 보면 전연 아닌 것 같아 씁쓸하다.
교육부는 ‘교원평가 시범사업’을 ‘학교 교육력 제고 시범 사업’으로 명칭을 바꾸어 교원평가와 함께 ‘교원연수, 연구 활성화 방안, 교수 지도력 제고 방안 등과 교원의 수업시수 경감, 업무 경감, 인사 승진제도 개선, 양성 연수 제도 개선 방안 등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말 어린애 장난도 아니고 ’눈감고 아웅‘하는 식이지 교원들의 요구 사항은 마련할 계획이고 교원평가는 실시하겠다는 말을 이렇게 궁색하게 설명해도 되는가? 부총리가 말한 앞으로 마련할 계획이란 것들은 대부분 선생님들이 말하는 교원평가의 전제조건이 되는 것들인데 일의 선후를 바꾸어 이렇게 강행하려 하는 의도가 나변에 있는가?
이런 마당에 교원평가는 교원 통제수단이나 구조조정 수단이 아니라 선생님들의 전문성을 신장시켜 선생님들이 떳떳하고 당당하게 교육에 임할 수 있도록 하고자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너무 공허하게 들린다. 정말 교사들이 긍지를 가지고 교육에 임하고 공교육이 신뢰를 받기를 원한다면 이렇게 전후가 바뀐 정책을 억지논리로 강행하려 하지 말고 교사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연수제도, 승진에 급급하지 않고 선생의 긍지를 지킬 수석교사제, 아이들에게 충분한 사랑과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학교 환경 등 선결문제에 좀 더 치중해야 할 것이다. 그런 연후에 교원평가를 실시하고 승진이나 보수 등에 사용하지 않겠다는 구차한 변명을 하지 말고 이렇게 해주었는데도 왜 전문성 신장에 게으른가의 책임을 당당하게 요구하는 평가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부총리는 자식을 키우면서 자식이 원하지는 않지만 인간이기에 반드시 가르쳐야 할 덕목은 없었는지, 성공한 사람들이 당시에는 선생님의 의도를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그것이 선생님의 사랑이었다고 술회하는 이야기를 들어 본 일이 없었는지는 모르지만 당장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을 다 해줄 수 없는 환경에서 아이들의 만족도를 묻는다는 것은 시작의 장에서 집중적인 손가락질을 받지 않으려는 교사들의 몸조심으로 밀려가는, 득보다 실이 많은 사태가 빚어지기 십상이며 이어지는 학부모의 자녀 학교생활 만족도 조사도 그 범주를 벗어 날 수 없을 것이다.
그 충실도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것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지만 지금도 학교현장에는 교장, 교감의 교내장학이나 교사 상호간의 동료장학으로 전문성 신장의 길은 있으니 이를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개선하면 정부에서 요구하는 바에 충족될 것이고 교원평가에 드는 예산으로 실질적인 연수제도의 확충에 나서야 할 때라고 본다.
수업시수 경감, 잡무경감, 학급당 인원 경감 등 예산 타령을 하면서 하기 어렵다는 시책들도 대통령의 교육재정확보 공약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며 교사란 시간이 충분히 남고 그 정도의 헌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최고 통치자의 생각 또한 그에 걸맞는 예우를 한 뒤에 요구해야 하는 생각이 아닐까 한다.
전통적인 정서에 선생이란 항상 어렵고 거북한 상대였던 우리 사회에서 학부모들에게 그 선생을 자기들 입맛대로 평가 할 기회를 준다면 누가 사양할 것인가와 그것을 대부분 학부모의 의사라고 주장하고 나서는 일부 학부모 단체들의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정부는 다시 한번 재고해야 할 것이고 개혁이란 항상 개선적인 의미여야 한다는 것도 기억하면 좋겠다.
교사가 존경받고 신뢰받아 신바람 나게 자기가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알아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인간을 가르칠 수 있는 교육마당을 마련하는데 정부가 앞장 설 능력이 없다면 교사들이 명분이 없는 반대를 한다고 말하지 말고 교육여건을 확실하게 보장한 후 평가를 하여 부적격 교사를 과감하게 퇴출 시키는 교원평가제도를 도입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