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너희들을 믿는다"

2005.11.19 09:24:00

날씨가 추워진 탓도 있지만 수능을 코 앞에 둔 아이들의 마음은 긴장한 탓인지 무척이나 움츠려져 있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예전에 비해 수능이 일주일 정도 늦추어진 수능 당일(23일)의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고 한다.

매 시간마다 아이들은 일점이라도 더 올리려고 최선을 다한다. 요즘 들어 아이들의 얼굴에서 웃음을 찾아볼 수가 없다. 수업 도중 가끔 던지는 유머에 아이들은 반응이 없다. 아이들을 지켜보는 선생님, 학부모 마음 또한 아이들 못지않게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물며 어떤 아이는 부모님이 사다 준 부적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고 했다.

특히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2층 3학년 교실의 열기는 더하다. 어떤 때는 문을 여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때가 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안간 힘을 쓰는 아이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건강이 염려가 된다. 한 여학생은 감기에 걸린 탓인지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따라서 본교는 수능 10일전부터 아이들의 마음을 다소나마 안정시켜 주기 위하여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을 이용하여 기존에 틀어주던 음악 장르인 대중가요 대신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어 학생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추스려주고 있다.

야간자율학습 마지막 날인 오늘. 이제 아이들은 수능일까지 다소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찍 귀가하게 된다. 새삼 아이들과 시름한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담임으로서 아이들에게 해준 것이 무엇인가. 매번 고3 담임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돌이켜보면 아이들에게 무엇 하나 제대로 해 준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밤 열한 시까지 불평 한 마디 늘어놓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이야기 하나 해준 기억이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다. 아마도 그건 아이들에게 너무 지나치게 대학입시만을 강요한 탓인지도 모른다. 이제 아이들과 함께한 날보다 함께할 날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추억하나 제대로 만들어 주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아이들은 졸업 후 학창시절 제일 기억이 남는 것이 ‘야간자율학습’이라고 우스개 소리로 하는지 모른다.

끝으로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최선을 다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다는 것이다. 설령 시험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실망이나 좌절하지 않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거울삼아 다시 일어서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사랑하는 제자들아! 선생님은 너희들을 믿는다.”

<3학년 야간자율학습 마지막 날에>
김환희 강릉문성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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