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문연구원의 오만

2005.12.13 14:09:00

얼마 전 일부 언론에서 교육부의 영어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중. 고교 영어교사의 연수 직전 TOEIC 점수를 대기업의 신입사원과 비교하면서 우리나라 영어교사의 자질과 외국어 교육 전체를 폄하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한국천문연구원이 방학을 이용한 교사 천문연수 대상자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밤하늘에서 견우성이나 직녀성을 찾을 수 있다는 교사가 29.3%에 불과하다고 하면서 ‘지구과학 교사들과 일선학교에서의 천문학 교육 현실’을 지적했다(연합 2005.12.12) . 이 같은 한국천문연구원의 시각은 현재 중고등학교의 교육과정과 자율연수의 특성을 제대로 모른 채 자신들의 활동 영역만을 지나치게 과신하는 오만함의 표현이다.

맑게 갠 밤하늘에서 육안이나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는 별자리와 주요 별의 수는 얼마나 될까. 하늘의 별이 얼마나 많으면 가늠하기 힘든 큰 수를 의미하는 말로 ‘하늘의 별만큼’이라는 표현을 쓸까 상상해 보자.

국제천문연맹에서는 별자리의 계통 정리를 위하여 하늘 천체를 88개의 별자리로 나누어 황도를 따라서 12개, 북반구 하늘에 28개, 남반구 하늘에 48개로 모두 88개의 별자리로 확정하였다. 그리고 이 중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는 북두칠성 등 67개를 비롯하여 일부만이 보이는 별자리까지 합쳐 79개이며 태양계가 속해있는 우리은하의 약 2000억 개의 별 중 성능이 좋은 망원경으로 관측 가능한 별만도 약 7억 1000만개나 된다고 한다.

더욱이 7차교육과정 상의 중학교 과학이나 고등학교 지구과학 과목의 천문학 단원에서 교사가 별자리를 직접 관측할 수 있어야 하거나 학생들에게 모든 별자리와 별자리를 구성하는 별들을 찾을 수 있도록 요구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견우성’은 독수리자리에 있는 알타이르(Altair)라는 별이며 ‘직녀성’은 거문고자리에 포함된 베가(Vega)라는 정도만 가르치고, 더 나아가 밤하늘에서 직녀성과 견우성을 찾아보는 것은 전문 기관의 특별한 체험학습이나 연수 프로그램에서 경험해보면 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학 교사들이 천문연수를 이수하는 것은 좀더 천문학에 관한 폭넓은 이해를 위해서이지만 현재의 자율연수 체제 하에서는 연수 대상자 중 상당수가 지구과학 교사가 아닌 천문학에 관심을 가진 일반 과학 교사나 타 교과 교사들이다. 더구나 현재 중고등학교에는 별자리보기판과 같은 기초 자료를 제외한 망원경 등 천체 관측 시설은 거의 갖춰지지 않은 상태이다.

이런 보편화된 연수과정 참가자를 대상으로 행성도 아닌 일부의 별자리를 찾는 능력으로 지구과학교사 전체와 중고등학교 천문학 교육의 현실을 운운하는 것은 교육의 본질과 교육과정을 모르는 사람들의 지극히 편협한 판단임을 지적한다. 따라서 지구과학 영역 중에서도 지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사안으로 중고등학교 지구과학 교사의 자질과 천문학 교육 등을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

교사는 물고기를 잘 낚는 사람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안내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영어과 교사가 반드시 TOEIC 점수가 높아야 하며 동시통역사가 될 수 없듯이 지구과학 교사가 모든 과학 분야에서 학문적 전문가가 되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이제 교육의 본질과 교육과정을 모르는 사람들의 잘못된 넌센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더 나아가 신뢰받는 교육풍토 조성과 교육수준 향상을 위해서 교사가 자신의 교과관련 영역을 스스로 연구하고 자기계발에 더욱 힘써야 하겠다.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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