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편향교육을 한다면?

2005.12.19 08:51:00


전교조가 편향교육을 할 때 교육부가 앞장서 그것을 막았고 언론·국민이 힘이 되어 그들의 부당한 행위를 저지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잘한 일이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그렇다면 교육부가 편향교육을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통령이 막아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그럴 생각이 없다. 대통령의 편향된 생각을 교육부가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 더 큰 문제인 것이다. 제동할 장치가 없는 것이다.

바로 교육부가 근현대사교육을 강화하겠다며 지난달 발행한 ‘근현대사 교수 학습자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정부 산하 국사편찬위원회가 제작한 이 자료에 대해 ‘교과서포럼’이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는데 문제점을 살펴보니 이건 그대로 두었다간 큰일날 일이다. 국가 말아먹을 일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르고 당당히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포럼 성명에 의하면 “이 자료는 대한민국 건국을 폄훼하고 있으며 ‘우리 국민이 극우 반공독재에 순응하는 면이 있었다’는 등 집필자들이 오만한 역사쓰기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이 자료가 건국을 미 군정(軍政)과 일부 정치세력에 의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정도로 사건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인은 이중성 양면성을 지니고 있으며 3·1운동 등에서 역동적인 힘을 보여준 반면 극우 반공독재에 순응하는 면도 있었다”고 쓰고 있다는 것이다.

건국의 의미를 스스로 축소·왜곡하는 것은 국가정체성에 대한 엄청난 훼손 행위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했던 현대 한국인의 이념적 지향을 ‘극우 반공독재에 대한 순응’으로 보는 것은 우리 국민에 대한 현격한 모독이다. 건국으로 생겨난 교육부가 대한민국을 스스로 깎아내리고 그것을 학교에서 교육하라고 국가용 텍스트를 제공하고 있으니 이게 도대체 어느 나라 이야기란 말인가!

전국 학교에서는 이 자료를 기준으로 근현대사에 대해 교재연구를 하고 가르치고 배우게 된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일부 근현대사 교과서 속의 이념 편향적 서술도 이 자료를 통해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 시급하고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한 술 더 떠 바로잡아야 할 자료 자체가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역사인식을 보여주기는커녕 오히려 편향성을 짙게 깔고 있음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자료의 ‘근현대 사회변동’ 편은 동학농민운동, 민권운동, 사회주의운동 등 ‘운동의 역사’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런 단편적, 편향적, 부분적 시각으론 한국의 발전에 기여했던 가족 단체 시장(市場) 기업 등 다양한 주체들과의 상호관련성을 이해할 수 없을 뿐더러 역사를 세계사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선진 교육과정 흐름에도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 자료 편찬 목적이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처하는 데 있다고 했다. 과연 이렇게 하는 것이 올바른 대처 방법인가? 의구심과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전체적인 시각으로, 세계사적 시각으로 균형적이고 객관적인 역사 서술로 대처해야 할 것이 아닌가?

일본과 중국 두 나라가 자국 역사를 ‘자랑스러운 역사’로 꾸미기 위해 조작까지 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만 편향된 역사해석으로, 편향된 역사교육으로 학생들의 머리속을 ‘자학(自虐)사관’ '좌파사관'으로 가득 채우려 하니, 이런 자료는 당장 폐기처분해야 할 것이다.

최문형(70) 한양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말한다. 그는 “고등학교 근현대사 교과서가 민중민족주의를 지상으로 하는 특정한 이념에 치중한 나머지 우리가 처했던 객관적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며 “민족·민중을 얘기하느라 우리는 지금 국익(國益)을 추구하는 능력조차 잃어버리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민족사학자인 이기백 선생의 유언을 인용하면서 요즘 잘못 나가고 있는 국사학계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오늘날 민족을 지상(至上)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널리 퍼지고 있다. 그러나 민족은 지상이 아니다. 이 점은 민중도 마찬가지다. 학문에서는 진리가 ‘지상’이다. 진리를 거역하면 민족이나 민중은 파멸을 면하지 못한다." 고.

최 교수는 현행 교과서가 좌익의 역사해석이라고 주장한다. 좌익이 역사를 보는 특징은 ‘만약 그때 이랬더라면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보는데 역사에 ‘만약(if)’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의 좌익은 대한민국 부정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얼마전 동국대 강정구 교수의 '6·25는 통일전쟁' 발언이 좌익의 역사해석이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최문형 교수는 교육부의 ‘근현대사 교수·학습자료’의 문제점의 일례로 "이승만이나 박정희 같은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의 사진은 없는데 어떻게 북한 김정일의 사진은 실려야 하는 것이냐?"고 되묻는다. 그는 이렇게 된 배경에는 대한민국 부정에 있다고 단호히 말한다.

최 교수는 바람직한 역사교육을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국사·서양사·동양사학과로 나뉘어 있는 중요대학의 학과를 사학과로 통합해야 한다"며 "교과서 집필자뿐만 아니라 집필지침 작성자를 포함한 모든 교과서 관련자들의 실명화가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이제 더 긴 얘기가 필요없다. 언론과 국민이 나서야 한다. 언론이 교육부의 잘못된 지침의 문제점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공론화하여야 한다. 국민들은 자녀의 잘못된 역사교육을 거부해야 한다.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우리 학생들은 교과서에서 바로선 대한민국을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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