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는 항상 필요한 것이 아닌가

2005.12.28 07:46:00

최근 사립학교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정치권과 사학연합회등의 사학재단들간의 대결양상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교육과는 깊은 관련이 없지만 경찰공무원법 개정안도 원안대로 시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전에 의견조율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여당 의원 14명이 중고교 학생회를 법적 기구로 만드는 법안을 제출했다. 학생회 법제화는 현재 국회 교육위원회에 계류 중인 교사회 및 학부모회 법제화와 함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끈질기게 주장해 온 사안이다. 전교조는 개정 사립학교법이 통과된 직후에도 '학교 민주화의 핵심 중 하나인 학생회, 학부모회, 교사회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동아일보, 12월 27일자 사설)

동아일보는 이와 관련하여 여러가지 지적을 하고 있다. '법안대로라면 학생회는 전교조 중심의 교사회와 함께 정치투쟁의 도구로 변질될 우려가 적지 않다. 학생자치권을 인정하는 프랑스에서는 학생들의 수업 거부 운동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학교가 전교조 입김에 휘둘리는 판에 학생회까지 법제화되면 학생회가 전교조의 전위부대나 하부조직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라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물론 다소 극단적인 우려를 나타낸 부분도 없지 않긴 하다. 그러나 그 지적이 전혀 황당한 지적은 아니라고 본다. 어느정도의 타당성을 가지고 있는 지적이라고 본다.

일반인들이 보면 그것이 어떻게 전교조와 관련이 있느냐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전교조의 행보를 보면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전교조에서는 민주적이라는 명분으로 각종 현안들을 다루어 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교장선출보직제 도입, 사립학교법 개정, 교사회와 학부모회, 학생회 법제화 등이다. 교사라면 이러한 주장들이 수년전부터 전교조에 의해 주장되어 왔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줄기차게 주장해온 결과 최근에 교장자격제도 개선을 이끌어냈고, 사립학교법 개정을 이루었다. 이제는 학생회, 학부모회, 교사회 법제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쪽으로 활동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개정된 법안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없다. 일선학교에서 전교조 교사들이 주장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합의'이다. 즉 학교에서 어떤 일을 추진할때 전체교사의 의견을 들어서 '합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과정이 조금이라도 생략되면 불법, 독단 운운하면서 학교장을 질타한다.

그렇다면, 교장자격제도 개선이나 사립학교법 개정도 '합의'가 되었어야 하는데, 이들 법안은 '합의'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다. 반대하는 집단과 대화를 통해 설득을 하거나 충분한 토론없이 이루어진 것들이기 때문이다. 교장협의회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교장자격제 개선안을 내면서 교장에게 의견을 묻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하이다.

법안을 만들면 무엇이든지 해결되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모든 이해집단들의 의견이 포함된 합의된 법안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에 정치권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교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라지는 것이다. 학생회 법제화와 관련하여 어느일방의 주장만을 받아들이는 오류가 또다시 발생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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