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과 길들여짐의 차이

2006.01.01 17:28:00

길고 길다는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방학이 되면 하고 싶은 계획을 공책 한가득 써놓는 성격도 안되어서 쉬엄쉬엄 책을 보면서 지내는 중이다. 곧 다가올 4학년의 압박을 잠시 내년으로 미뤄두고 있는 것이다.

우리집 위층에는 이제 초등학교 6힉년이 되는 초등학생이 살고 있다. 평소 곧잘 따르는 붙임성에 인사성도 바르고 여간 예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어느날, "누나, 누나는 선생님 할거라면서요? 그럼 저도 가르쳐 주시면 안되나요?"라고 묻는 것이었다. 설마 진짜 올까 싶어서 웃으며 언제든 오라는 말을 했다.

늦잠을 단 다음날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위층 꼬마였다. 한 손에는 6학년 수학 문제집을 들고 웃고 있었다. 그날부터 매일 한 시간씩 꼬마와 수업을 하고 있다.

" 누나는요, 선생님이 참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이렇게 말도 친절하게 하고요."

속으로 '내가 얼마나 다혈질인데'라며 웃음을 참았다.

선생님이 되는 과정을 걸어온 3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헛되지는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가르치는 것에 익숙해 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길들여지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성지현 4학년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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