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과제, 교사가 성의 있는 태도 보여야

2006.02.27 14:27:00


45일간의 긴 겨울방학 기간이 다 지나고 4일 후면 개학을 앞두고 있다. 방학동안 학급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하여 방학과제에 대한 독려를 가끔 하기도 하였지만 자료실에 올라와 있는 글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방학동안 주 1회 책을 한 권 이상 읽도록 노력하고 읽은 책의 줄거리나 느낌을 간단하게라도 몇 줄 적거나 책의 제목이라도 올리면 그 책을 읽은 사람이 줄거리를 올려 덧 글을 주고받으며 줄거리와 느낌을 서로 공유하도록 하였다. 또 교육방송을 특별히 관심 있게 본 것이 있으면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한 줄이라도 적도록 하였고 현장체험학습을 한 어린이는 새롭게 알게 된 점이나 보고 듣고 다가오는 느낌이나 생각을 자료실에 올리도록 하였었다.

방학 과제물은 그동안 여러 차례 변천을 해온 것 같다. 이 전의 교과서를 복습하는 수준의 과제물이나 일기 매일쓰기, 식물, 곤충 채집 등의 과제에서부터 요즈음은 교육방송 청취, 현장 체험학습 및 탐구학습, 경험위주의 과제를 제시하고 독서를 많이 하도록 권유하며 혹은 개인 능력이나 수준에 따른 선택적 과제를 부여하기도 한다. 얼마 전 한 知人의 집을 방문하였는데 아이의 방학계획서가 벽에 붙어 있기에 살펴보았더니 서울의 한 초등학교는 매일 하루에 한번 학교에 나와서 운동장 한바퀴 돌고 당직 선생님이나 기사님께 사인 받아가기가 과제의 전부였다.

그동안 교직에 있으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여름방학 과제물에 비하여 겨울방학 과제물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이 조금 덜 한 것이 사실이다. 왜 그럴까? ‘龍頭蛇尾’라는 말이 적격인 듯 하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과제물전시회를 하면 여름방학계획서에 아이들이 창의적으로 방학과제물을 해결하도록 해달라는 교사의 간절한 부탁을 외면한 채 부모님의 직, 간접적인 도움 하에 제출한 과제물이 전시대에 겹치도록 전시가 되어 있어서 보석과도 같은 과제물을 발견하고자 관람 시 들추어보기도 해야 할 정도이다. 그러나 겨울방학 때는 어떤가? 2학기 마무리 일정이 바쁘기도 하지만 전시할 작품이 없어 아예 과제물 전시회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는 비단 초등학교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닌 듯 하다. 중학생인 아들이 겨울방학 때는 여름방학 때와는 다르게 방학과제를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여름방학 계획서를 보니 과제물 수행 정도에 따라 2학기 중간고사에 10-30%까지 반영된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방학 중 신문이나 잡지, 혹은 방송을 통해 보거나 듣게 된 최근 북한에 대한 기사, 모 사이트에 접속하여 매일 공부한 결과를 남기는 것, 나누어 준 악보 두 장의 단소연습 하기, 팝송 가사 두 곡 외우기, 두 교과에서 읽어야 할 책이 8권이며 그에 대한 독후감상문쓰기 및 지정된 비디오 감상문 쓰기, 컴퓨터로 타자연습 분당 500타 등이다. 리포터가 이 많은 과제를 외우고 있는 것은 아들과 함께 지난 여름방학동안 내내 신경을 썼던 부분이어서이다.

사실 아들의 개학 며칠 전부터 학급 친구들과 아들의 통화내용을 들었는데 과제를 어떻게 할까에 대한 것이며 아들이 임원이다 보니 결국은 아들과 통화하여 결정을 짓겠다는 것이었다. 아들의 답변을 들어보니, “1학년 때처럼 과제를 안 한 아이들이 많으면 한 아이들도 과제를 낼 수 없겠지?”였다.

중학생 아들이 개학을 한 지 3일이 되었다. 겨울방학은 여름방학처럼 과제가 그다지 많지 않았으나 몇 과목은 제출할 과제가 있었다. 그런데 교실에 들어오시는 선생님들마다 “과제 한 사람 있나요?”, “아무도 없지요?” 하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그냥 지나치신다고 하셨다. 그러니 혹 숙제를 해서 가지고 온 학생들도 다른 학생들 대부분이 해오지 않은 상태여서 선뜻 내어 놓지를 못한다고 하였다. 학급 친구들에게 해 준 아들의 답변이 적중한 것이다. 아들의 말은 한 명도 과제를 해 온 학생들이 없다고 하나 그래도 한, 두 명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중학교 때부터 ‘내신’이라면 온갖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내신’과 관계가 없으면 교사가 내어 준 과제이니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 현 세태의 학생들의 모습을 씁쓸히 바라보며 교사의 권위는 교사 자신들이 만들어가야 한다는 일상적인 철칙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이은실 가능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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