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형 평가 확대 신중한 접근을

2006.03.03 17:52:00

서울시에서는 올해 1학기부터 중ㆍ고교 시험의 수행평가 항목에서 서술ㆍ논술형 문제의 배점이 40%, 내년부터는 중ㆍ고교 전체 학년으로 확대되면서 배점 비율도 50%까지 늘어나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는 학교생활기록부 위주의 대입 제도가 도입되는 2008학년도에 맞춰 대학 총장들이 "입시에서 논술 비중을 높이고, 학생부 비중을 낮추겠다"고 발표하자 고등학교에서 학생부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최근 대학 총장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하여 교육 부총리가 “입시에서 논술 비중을 낮추고, 학교생활기록부 비중을 높이라”고 요청한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교육 부총리가 입시 방법까지 시시콜콜 간섭하는 것은 대학 자율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 보는 부정적 견해와 공교육의 현실을 무시한 대학에서의 과도한 논술 비중 확대에 대한 제동이라는 긍정적 견해가 바로 그 것이다.

이처럼 교육 수장과 대학 입시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총장들의 힘겨루기 양상의 틈새에서 우리 일선 학교의 교사와 학생은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사실 논술형 평가의 확대는 학습에 있어서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태도를 중시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문제점 또한 많이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 평가의 타당도, 신뢰도, 실용성, 그리고 채점자의 공평성의 문제를 들 수 있다. 학교에서의 정기고사 평가나 대학 입시에서 선택형 문제를 택하는 것은 결국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논술형 문제는 학생의 사고력과 논리력. 그리고 문제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나 사고방식을 서술하는 것이므로 채점에 대한 특정한 기준이 없을 경우 평가의 형평성과 객관성에 관하여 끊임없이 문제가 야기될 것이다. 결국 대학과는 달리 중고등학교의 논술형 평가에 대한 객관성 확보와 책임 문제는 일선 현장의 과중한 몫으로 주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중고등학교에서는 교육과정 편성 상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커 서술·논술형 평가에 대비할 수 있는 수업을 실시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현재 교사들이 논술에 대한 방향과 이론 정립이 되지 못한 상태에서 서술·논술형 평가에 대비하기 위한 수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이와 함께 평가도구의 부족, 학급 당 학생수의 과다, 교사의 잡무 등의 문제 해결이 선행되지 않는 한 허울 좋은 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이러한 공교육의 교육과정과 교육현장의 한계로 인하여 학생들을 논술 학원으로 내 모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당연하다. 학교가 학생들의 논술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공교육에서의 서술ㆍ논술형 평가의 무리한 확대는 학교와 교사에 대한 권위에 또 하나의 커다란 상처를 추가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시간을 가지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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