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선수 학부모의 헌신과 과욕

2006.04.10 15:11:00

쇼트트랙 세계 최고의 스타선수 아버지가 세계대회를 제패하고 귀국한 선수단 환영식장에서 코치와 대한빙상연맹관계자에게 폭언과 얼굴, 목 등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직접적인 원인은 한국체대와 비 한국체대의 파벌싸움이라는 한국쇼트트랙의 어두운 병폐였다고는 하지만 차제에 학교에서의 학생선수 학부모의 처신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최근 한국 피겨 100년 만에 세계주니어피겨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한 김연아의 뒤에는 엄마의 눈물어린 헌신이 있었듯이 엘리트 운동선수 육성을 위해서는 재정 및 우수한 지도자 확보와 함께 학부모들의 참여의식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함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재의 학교 체육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이번과 같은 폭력사태 등의 부작용은 근절되기 어렵다고 본다.

우리나라 학교의 운동선수들은 선수가 되는 그 순간부터 그들은 사생활을 반납함은 물론 급우들과의 단체생활 등 여타의 학교 교육활동에서 열외가 된다. 크고 작은 대회 입상은 물론 경기력과 팀워크를 향상시킨다는 명목의 훈련 프로그램과 합숙 일과 때문에 배움의 과정에 있는 학생이면서 정규 수업을 포기해야 하고, 심지어는 가족과 떨어져서 장기 합숙 훈련도 다반사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대부분 '학생선수'가 아니라 밥 먹고 그저 운동만 하는 '학교에 적을 둔 운동선수'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그렇다면 학생선수의 부모는 어떠한가. 초․중학교 시절에 운동에 특기가 있어 운동선수로 발탁이 되면 이 학생은 부모의 절대적인 관심과 지원을 받으면서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에 체육특기자로서 진학하게 된다.

그러나 학교의 재정 상태나 관리자의 관심 분야에 따라 다르겠지만 학교의 재정만으로는 코치와 감독의 인건비를 빼고 나면 운동부를 운영할 예산이 태부족인 것이 현실이어서 실제 훈련 예산과 시설 여건은 대부분 열악한 실정이다. 이와 같이 운동부에 대한 예산이 부족한 탓에 이를 확충하기 위한 편법이 동원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이 큰 부담을 떠안게 되며, 이로 인하여 코치·감독, 학부모, 학교 간 심각한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학부모들은 학교 예산과 시설의 열악함으로 후원금으로 일정 금액의 금전적 부담을 안고 있으면서도 자녀들의 식사, 세탁 등 훈련과 합숙에 관련된 여러 자질구레한 일까지 떠안게 됨에 따라 이는 학부모의 과욕과 함께 ‘치맛바람과 바지바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학교는 학교대로 여타의 교수학습활동비와 비교하여 막대한 예산을 선수 육성으로 지출하면서도 관리자와 체육부장 등 실무자는 거세지는 학부모들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되고 마는 것이다.

학부모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커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대부분의 종목이 재학 중 전국대회 4강 또는 8강 이상 진출해야만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체육특기자 실적제도와 학교마다 육성종목이 지정되어 실적을 올려야 하는 중압감까지 겹쳐져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선수들이 학업을 비롯한 여타 교육활동을 내팽개치다시피 하면서 대회에 참가하기 위하여 학교의 여타 교육활동을 무시하거나 학교 측이나 감독, 코치 등과 학생 선수 학부모 사이에는 스포츠 정신이 상실된 채 벌어지는 눈살 찌푸리는 사태는 근절되기 어렵다.

학교 체육 담당자나 학생선수 학부모의 의식구조 변화와 더불어 체육특기자의 상급학교 진학제도 및 학생선수 육성을 위한 재정 지원책 등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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