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시험 대행업체를 학교에 파견하라!

2006.04.26 11:56:00

일선 고등학교의 성적 처리 불안이 교육부의 또 다른 정책 입안으로 이어졌다. 다름 아닌 올해부터 각 고등학교의 시험 문제를 인터넷에 올리라는 결정이다. 올리지 않을 경우에는 각 시·도교육청에 불이익을 준다는 경고 아닌 경고를 하고 있다. 공개해야 할 항목으로는 고등학교 각 학년별, 과목별 시험 문제, 평가 채점 기준, 평가 내용 등이다.

이렇게 교사를 믿지 못했어야!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부의 이와 같은 지침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학교마다 마련된 홈페이지에 수행평가나 채점 기준 등은 거의 시험을 보기 전, 학년 초에 공고를 하거나 탑재를 한다. 하지만 시험문제까지 탑재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내신 평가나 시험 문제 출제 때문에 일선 학교, 특히 일선 고등학교의 수많은 선생님들의 평가 심의 절차나 감사로 극도의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거 원 교사들을 아예 믿지 못하겠다는 거 아냐.”
“도대체 시험 문제를 인터넷에 탑재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학교나 지역 차이, 그리고 지도 교사에 따라서 다양한 문제가 있을 수 있을 것인데, 이를 모두 인터넷에 탑재하라는 것은 결국 그런 차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 아냐.”
“그렇지 않아도 아이들 내신 평가 때문에 이런 저런 감사나 회의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또 무슨….”

많은 선생님들은 제각각 시험문제를 인터넷에 올리라는 다소 엉뚱한 발상에 어이가 없는지 다들 한 목소리로 그 문제에 대해 질타를 가했다.

내 문제가 인터넷에 둥둥 떠다니면 어쩌나!

“시험문제를 인터넷에 올리는 문제는 제쳐 두더라도, 혹시나 탑재된 문제를 이용해 교사나 학생들을 이용하려고 드는 사람들을 어떡하려고!”
“이거 내가 낸 문제가 인터넷에 둥둥 떠다니면 어떡하나….”

“하지만 시험의 객관성이나 신뢰성을 위한 하나의 노력이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그렇게 거부만 할 것은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인터넷에만 탑재하면 무조건 객관성이나 신뢰성이 서는 것은 아니잖아. 혹시나 입방아 찧기 좋아하는 언론이나 사람들이 시험문제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소리를 분명 낼 건데, 과연 그것을 힘없는 교사들이 견뎌내겠어.”
“무엇보다 교사 개개인의 공정한 잣대나 시험에 대한 전문적인 시각이 필요한 건데….”

한편으론 그와 같은 시책에 약간은 수긍의 면을 보이시는 선생님도 계셨다. 무엇보다 인터넷에 탑재함으로써 객관성이 신뢰성이 서지 않겠냐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꼭 그런 식으로 해야만 객관성이 신뢰성이 서는 것은 아니라고 반론을 제기하는 쪽이 많았다.

특히 자칫 객관성이 신뢰성에 앞서 일선 학교 현장이 시험문제 유출로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교사가 신이 아니듯, 자칫 시험 문제를 두고 네티즌들의 끝없는 비판의 말꼬리의 대상이 하면 자칫 교직 사회 전체가 혼란으로 빠져 들 수 있는 위험성을 제기하는 것이었다.

교사가 없다면 교육부는 존재 가치가 없는 것

평가는 학교 현장, 특히 우리와 같이 입시가 직결된 곳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평가에 관한한 우리 학계의 전문적인 시각이나 관점도 제대로 서 있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교사들만 다그친다고 시험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생길 리 만무하다.

더군다나 그런 객관성과 신뢰성의 한 수단으로 인터넷에 기출 시험문제를 모두 탑재해서 수많은 네티즌들의 평가 아닌 평가를 받자는 교육부의 주장은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나 이 점이 만약에 교사들에 수준과 자질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이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교육부는 교육정책의 시행 과정에서 상당히 교사들의 불신을 받고 있다. 교사는 학생, 학부모와 더불어 교육의 주체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교사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몇몇 학부모와 정치인들의 이념과 성향에 맞추어 정책을 무리하게 시도하거나 시행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정책이 다름 아닌 교원평가와 방과 후 학교이다. 이미 학교 현장에서는 벌써 두 정책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이나 몇몇 학부모들의 구미에 맞는 선심성 정책으로 학교 현장은 날로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그 중심에 우리 아이들이 있다는 것도 잊어버린 채.

“요사이 교육부의 정책들이 시종일관 교사들은 배제된 몇몇 행정가들이 탁상공론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아.”
“학생이 없으면 교사가 존재할 수 없듯이, 교사가 없으면 교육 행정가들이 무슨 필요가 있어, 도대체 교사들의 생각과 신념은 안중에도 없는 듯 해.”
“이번 정책만 해도 그래요, 차라리 믿을 만한 시험 대행업체를 학교에 파견하는 것이 나을 듯해. 교사들을 그렇게 믿지 못하고서야 원….”

막말로 시험 대행업체를 학교 현장에 파견해 달라는 선생님의 말마따나 교육부가 나서서 교사들을 믿지 못하겠다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과연 어느 학부모가 자신의 아이들을 믿고 학교에 보낼 수 있겠는가.

교육부는 선심성 교육정책에 앞서 무엇이 교육적이고 아닌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일부 선심성 정책 남발과 공약으로 일선 학교 현장의 수많은 교사들에게 짐을 지워서는 안 될 것이다. 과연 무엇이 우리 아이들을 위하는 성공적인 정책이냐는 교사들을 배제하고서는 진정 성공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서종훈 교사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