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에 웅찬이라는 남자 아이가 있습니다. 올해 학교를 옮긴 저와 이곳으로 전학을 온 웅찬이의 3월 한 달은 달랐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들어하는 저와 달리 웅찬이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며 믿음직하게 행동했습니다.
큰 덩치에 어울리게 마음씨도 착해 혹 잘못이라도 저지르게 되면 금방 자기가 잘못했다고 말합니다. 우리 반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발표를 잘하기도 하고, 기발한 생각을 발표해 교실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합니다. 가끔 과자를 사와 학급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나눠줄 만큼 인정도 많습니다.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우리 반 아이들은 웅찬이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생활하는 것을 지켜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싸우면서 큰다고 할 만큼 쓸데없는 일에 고집도 부리고, 토닥토닥 싸움도 하고, 잘 놀다가 금방 토라지기도 하는 3학년 아이들인데도 웅찬이가 하는 일이라면 자기들에게 피해가 가도 모두 이해하고 인정합니다.
한번은 체육시간에 웅찬이가 안보였습니다. 학교 앞 가게로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러 갔다기에 아이들을 시켜 오도록 했습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교문 쪽으로 부지런히 가기에 알아보니 아이들이 부르는 바람에 숨겨놓고 온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간다는 것입니다. 수업시간에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면 안된다는 말에 자기는 절대 참을 수 없다고 분명히 말하기도 합니다.
웅찬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집중력이 강합니다. 본인이 흥미를 느끼거나 관심 있는 일에는 푹 빠집니다. 대신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하려고 고집을 부리기도 합니다. 수학이나 사회 등 흔히 어른들이 말하는 공부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호기심이 많다보니 웅찬이가 제일 좋아하는 과목이 과학입니다. 국어시간이건 수학시간이건 과학을 하자고 조릅니다. 제가 웅찬이에게 하루에도 열 번 이상 듣는 말이 있습니다.
“선생님, 과학해요.”
“왜 과학 안 해요?”
과학행사 기간에는 행사참여에 소극적인 다른 아이들과 달리 신이 납니다. 고무동력기도 날려보고 물로켓 발사도 구경하면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나타냅니다. 행사 기간 동안 책상 주변이 고무동력기를 만드는 재료들로 지저분해도 내버려둡니다. 오히려 짜증내지 않고 이해하는 아이들에게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합니다. 어쩌면 웅찬이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남과 다른 방법으로 소질개발을 하고 있을 겁니다.
친구들이 운동장을 신나게 뛰어다니는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도 웅찬이는 과학책을 읽습니다. 어제는 수업시간에 간이온도계를 만들겠다고 떼를 썼습니다. 며칠만 기다리면 우리 반 모두가 온도계를 만들 것이라는 말에 그때까지 도저히 못 기다리겠답니다. 몇 번 타이르다 결국은 제가 지고 말았습니다.
간이온도계를 만드는 재료를 건네받자 웅찬이는 신이 났습니다. 흥미가 많은 과학에는 남다른 소질도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 같으면 여러 번 물어봤을 텐데 웅찬이는 설명서만 보고 혼자서 간이온도계를 만들어 냅니다. 이것저것 실험까지 해볼 만큼 창의력도 뛰어납니다. 과학자를 꿈꾸는 웅찬이가 과학 이외의 다른 과목 수업에도 흥미를 갖고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것은 제 바람일 뿐입니다.
왜 웅찬이 뿐이겠습니까. 우리 반의 모든 아이들이 부모님들의 바람대로 바른 생활을 하면서 밝게 커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