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노오란 수선화와 분홍 꽃잔디, 둘이는 서로를 칭찬합니다.
"야, 네가 있어서 내가 더 샛노랗게 보인다. 고맙다."
"아니야, 나야말로 네 노오란 빛깔이 나를 더욱 분홍빛으로 물들여 주잖니? 그리고 키가 큰 네가 뒷쪽에 있으니까 내가 햇볕을 더 잘 받을 수 있어, 고맙다 수선화야!"
둘이는 서로를 칭찬하며 친구들과 어울렸습니다.
어느 날 오후 모자를 쓰고 우리 아이들과 게임을 하러 운동장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 때 한 녀석이 이러는 겁니다.
"선생님 모자 쓰니까 참 예쁘시다. 저렇게 잘 어울리는 것은 처음 봤네! 어쩜 저렇게 모자가 잘 어울리실까!"
'아이 좋아라 너희들이 선생님 예쁘다고 하니까 기분이 더 좋구나!"
그러고 보니 이녀석들이 나의 말투를 그대로 흉내내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등교하는 애들을 보고 한사람 한사람 예쁘다고 칭찬해 주거든요. 그랬더니 녀석들이 어느 새, 나를 닮아 있었던 거지요. 예쁜 색깔 치마 입고 왔다든가, 일찍 와서 예쁘다든가, 차 안타고 걸어왔다든가, 큰 소리로 인사 잘 했다든가 말입니다. 아참! 머리 예쁘게 빗고 왔다는 말을 제일 많이합니다.
게을렀던 아이가 1등 온 날은 너무도 신기해서 안아 주기 까지 합니다. 그러면 안긴 녀석이 더욱 나를 끌어안습니다. 오늘 아침만 해도 현민이 녀석 일찍 온 칭찬을 들으려고 교무실에서 차 한잔 마시는데 기웃거립니다. 아침에 일찍 오신 동료 선생님과 차 한잔 마시는 시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늦게 와서 교실로 쏙 들어가 버리면 퇴근때 까지 만나지도 못하는 동료도 있으니까요.
현민이 녀석 학교 바로 옆에 살면서도 입학하자 마자 학교에 안 와서 전화 걸어야 그때서야 오던 놈이었습니다. 와서는 괜히 울고……. 운다고 더 야단 쳤던 녀석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칭찬을 받고 나서 부터 달라 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일찍 오고, 글씨 예쁘게 쓰고, 착한 말만 골라서 합니다. 엄마가 없고 조부모님과 아빠가 음식점을 경영 하느라 밤 늦도록 밖에서 놀던 아이였다고 소문났던 녀석이었습니다.
전(올해 말고)에는 이렇게 안했을까? 의문이 듭니다. 마음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 같은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