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때쯤이면 슬슬 겁이 난다. 저녁 뉴스 시간이 두렵고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다. 왜냐하면 마치 기획 시리즈처럼 언론에서는 교육 부조리가 계속 보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빌미는 늘 우리 교사들이 제공하고 있었으니까. 최근 몇 년 간 우리 교사들은 5월을 맞이하면서 살얼음판을 디디는 초조함으로 살아왔다.
교사들은 기득권에 안주한 대표적 저항세력으로 매도되었고, 반성과 개혁에는 미온적이었으며, 촌지수수를 비롯한 교육부조리가 끊어지지 않았고, 걸핏하면 거리에 나가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했다. 이런 우리들의 모습에 대하여 누가 존경심을 가졌겠는가. 늘 개혁의 대상으로만 각인되었을 것은 뻔하다.
‘촌지에 무너진 스승의 날’이란 기사를 보면서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든다. 스승의 날만 되면 촌지 수수 등 각종 교육부조리가 불거지면서 그 부끄러움을 감내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이날을 아예 휴업일로 정했다는 것이다. 고뇌에 찬 결정(?)에 동의하면서도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아 마음이 허전하다. 제자와 함께 하지 못하는 ‘스승의 날’이란 자식들과 함께 하지 못한 ‘초라한 아비의 생일날’과 무엇이 다르랴?
그러나 한편으로는 차라리 잘 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부터인가 스승의 날은 바늘방석처럼 부담스러운 날이었다. 차라리 스승의 날을 없애버렸으면 하는 마음이 더 간절하였다. 드디어 많은 교사들의 꿈(?)이 실현된 것이다. 이젠 우리에겐 스승의 날은 없고 다만 휴일만 있을 뿐이다.
스승의 노고를 위로하고 스승 존경풍토를 마련하고자 했던 ‘스승의 날’ 제정 취지는 이제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우리 교사들의 책임이 크다. 사표로서 바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우리들의 소홀함을 나무라고 반성해야 한다. 누구를 원망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정 노력에 앞장서야 한다.
촌지를 강요하는 교사가 아직도 있다면 그는 더 이상 우리의 동료가 아니다. 가르치는 일에 소홀히 하고 자신이 안위만을 생각하는 교사 또한 더 이상 우리의 동료가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사랑스런 제자들의 고운 마음을 빼앗아 버렸고 교원들의 자긍심을 빼앗아 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승의 날을 잃어 버렸지만 스승의 본분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다가오는 스승의 날에는 스스로 칩거하여 스승의 참다운 모습에 대한 깊은 성찰의 계기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