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안(Kosian)'이 아니라 '코리안(korean)'이다

2006.05.01 14:53:00

부산에서는 전국 처음으로 코시안(Kosian.한국인과 아시아인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편견을 넘어 당당한 세계인으로 성장하도록 돕겠다는 명분으로 대안 초등학교 문을 열고 이를 점차 늘려갈 계획이라고 한다.

10수 년 전 초등학교에서 여자 아이들에 비해 남자 아이들이 많아진 ‘남초현상’을 두고 남학생들에게 “너희는 나중에 결혼하기 힘들겠다.”고 말했더니 그들 중에 “외국에서 수입하면 되지요, 뭐.”라고 말했던 것이 문득 생각났다. 정말 그것이 현실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 농촌 총각을 중심으로 국제결혼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10년이 지나 이제 그들의 자녀들이 초․중등학교에 입학하는 나이로 성장함에 따라 최근 사회적으로 뿐만 아니라 교육 측면에서도 큰 관심을 받게 되었다.

이에 따라 교육당국에서도 국제결혼가정에 대한 각종 현황 조사를 비롯하여 그들에 대한 교육대책을 시달하며 관심을 쏟고 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를 안고 있는 그들을 위해 각종 정책을 수립 추진하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최근 공문을 보면 단순한 현황조사를 넘어 아이들과 부모들의 개인정보와 생활상을 상세히 파악하여 집계된 결과를 TV 등 언론에 무분별하게 보도함으로써 인권을 침해하고 있어 이를 지적하고 싶다. 이런 행위가 아무리 혼혈아를 위한 교육대책이라는 명분이라 할 지라도 이렇게 눈에 띄는 관심 집중 정책은 그들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이며 명백한 인권침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더욱이 우리는 언제까지 그들에게 인종차별적인 용어 ‘코시안’이라는 꼬리표를 붙일 것인가? 그들에게 이런 꼬리표를 붙인 채 아무리 좋은 정책으로 관리하는 한 그들은 죽을 때까지 당당한 ‘코리안’으로 남을 수 없을 것이다. ‘코리아’에서 태어나 또 ‘코리안’으로 살아가야 할 ‘한국인’에 대한 별도의 호칭은 엄격한 차별이다. 더구나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마저도 사실은 가장 차별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코시안’들이 편견을 넘어 당당한 세계인으로 성장하도록 돕기 위한 대안학교,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고 당당한 한국인으로 성장하도록 돕겠다는 명분은 자칫 그들을 ‘혼혈’이라는 장벽을 고착화함으로써 어쩌면 영원히 당당한 ‘코리안’으로 살아갈 수 없도록 만드는 모순을 더욱 키우는 정책이 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들은 ‘코시안’이 아니라 ‘코리안’이다.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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