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팝니다”

2006.05.09 15:24:00


어버이날, 그동안 모시던 홀어머니께서 노환이 겹친 병세 악화로 더 이상 우리 가족의 힘으로는 모시기 힘들게 되어 형제간논의 끝에 노인전문요양시설로 모셨다. 어머니와 별거 이래 첫 어버이날을 맞았다. 사정이 하락치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자식으로서 마음 한 구석에 늘 ‘불효자’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 편할 날이 없다. 그동안 3대가 함께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살던 때가 새삼 그리워지는 어버이날 이었다.

충청북도교육청에서는 5월 '가정의달'을 맞아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조부모 모시기'에 대한 설문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조부모가 있는 가정 중에서 '조부모와 함께 살고 싶다'는 응답은 전체 60.2%였으나 실제로 현재 모시고 산다는 가정은 21.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우리나라는 세계 역사상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있고 저출산 시대에 접어들어 노령화, 핵가족화 추세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렇게 노인문제가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으나 그에 비해 노부모 모시는 것을 원하는 가정은 많지 않다.

물론 현대는 노부모를 반드시 모시고 사는 것만이 부모가 원하는 효도의 길은 아니라고들 하지만 노부모는 여전히 외롭기만 하다. 다시한번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가정의 달이 되었으면 한다. 아래의 글은 어느 사이트에 실린 작은 이야기인데 감명을 받아 ‘어버이 섬김’을 생각하며 편집하여 소개한다. (전문 http://www.jjang0u.com/board/view.html)

“아버지를 팝니다”

어느 날 신문광고에 아버지를 판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아버지가 너무 노령이고 몸이 편치 않아서 일금 10만원에 팔겠다는 것. 이 광고를 보고는 모두들 혀를 끌끌 차며 ‘세상말세’라고 하는 이도 있었고, 다 늙어 고생만 시킬 할아버지를 누가 사겠냐고 쑥덕거렸다.

그런데 이 광고를 보고 한 부부가 새벽같이 그곳으로 달려왔다. 평소 부모 없는 설움을 지녔던 이 부부를 넓은 정원을 가꾸고 있던 한 할아버지가 맞았다. 그는 웃음을 지으며 집안으로 안내를 했다. 그곳은 한 눈에 봐도 아주 부잣집이었다.

“아버지를 판다”는 광고를 보고 왔다는 말에 “내가 잘 아는 할아버지인데 그 할아버지 몸이 좋지 않아요. 그런 사람을 왜 사려고......” 하자 젊은 부부는 모두가 어릴 때 부모를 여의고 고아처럼 살다 결혼했기 때문에 부모 없는 설움이 늘 가슴에 남아 있다고 했다. 그리고 아울러 모시기 힘들 정도로 아프거나 집안이 어렵지 않은 가정이라면 누가 아버지를 팔겠다고 광고를 내겠느냐고....... 비록 넉넉하진 않지만 우리 부부에게도 아버지를 모실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싶어서 달려왔다고 하였다.

이들 부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돈을 달라고 했다. 젊은 부부는 정성스럽게 가지런히 담은 흰 봉투하나를 할아버지에게 내어놓자 할아버지는 돈 봉투를 받아들고 나서 자기도 정리할 것이 있으니 일주일 후에 다시 이곳을 오라고 하였다.

일주일 후 젊은 부부는 다시 그 집을 찾았다. 기다리고 있던 할아버지는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면서 “어서 오게나 나의 아들과 며느리야!”하시면서 지금까지의 자초지종을 이야기 했다.

자식이 없었던 이 부자 할아버지는 그동안 양자를 데려오면 얼마든지 데려올 수도 있었지만 요즈음 젊은이들이 돈만 알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으며 생각 끝에 그런 광고를 내게 되었다고 했다. 이 부자 할아버지는 진심으로 부모를 섬기러 온 이들 부부를 아들과 며느리로 삼아 그의 전 재산을 물려주었다는 이야기다.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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