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Little) 간디 김 선생님!

2006.05.10 11:34:00

우리 학교에 ‘리틀(Little) 간디’라는 별명을 가진 30대 초반의 총각 선생님이 계십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고3 담임을 하는데 왜 학생들로부터 ‘리틀 간디’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많은 학생들로부터 존경을 받는지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올해는 바로 제 자리 가장 가까운 데 있어 쉽게 이해될 수 있었습니다.

외모가 간디처럼 생겼다고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생김생김이며, 시원한 이마며, 안경 쓴 모습이며 코의 생긴 모습까지 간디를 영상케 할 만큼 똑같이 생겼습니다. 김 선생님은 작은 체구라 겉으로는 유한 것 같지만 안으로는 강함을 보여 줍니다. 거기에다가 간디가 가지고 있는 효도, 지식, 참된 행동 등 모든 면에서 닮은 점이 많기 때문에 이런 별명을 얻고 존경을 받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김 선생님은 성품이 남다릅니다. 간디처럼 부모에게 효성이 지극한 분임을 알게 됩니다. 자기는 학교 주변에 방을 얻어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는데 토요일이면 아버지가 살고 계시는 부산에 꼭 내려가서 아버지의 안부를 물으며 함께 지내다가 월요일 아침이면 일찍 울산에 내려오곤 합니다.

김 선생님은 차를 타고 다니지 않고 걸어 다니는데 차가 없는지, 왜 그러는지 물었습니다. 처음에는 차를 몰고 다니다가 동생이 차가 필요해 달라고 하니 나보다 동생이 더 필요할 것 같아 동생에게 주었다고 합니다. 자기보다 동생에게 더 배려를 하는 좋은 분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양복차림, 넥타이, 조끼를 입고 학교에 다니십니다. 조금도 외적인 모습도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언제나 단정하고 이마에는 윤기가 나곤 합니다. 저는 아무리 양복을 입어도 태가 나지 않고 얼굴은 퍼석퍼석하고 해서 그 선생님을 볼 때면 부럽기까지 합니다.

김 선생님은 간디가 영국에 유학 가서 공부를 하고 변호사가 된 것처럼 결혼적령기에 결혼도 하지 않고 박사학위 과정을 위해 휴직까지 하며 전문지식을 쌓았던 것입니다. 교무실 책상에는 온통 책으로 쌓여 있습니다. 교수실을 연상할 만큼 책이 많이 쌓여 있어 얼마나 많이 연구하는지를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품성은 물론 전문지식까지 갖춘 데다 자기 양심에 따라 옳다고 생각되면 어느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소신껏 행동하는 분입니다. 평소에는 말이 없고 숨어서 일하고 노력하는 분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리틀 간디’라고 부릅니다.

숨어서 노력하는 흔적은 곳곳에서 보게 됩니다. 김 선생님은 저를 아침 7시 출근하게 만든 장본인입니다. 제가 출근하면 김 선생님은 어김없이 와 계십니다. 학생들에게 7교시까지 등교하게 해서 자기도 함께 교실에서 동행교육을 합니다. 교실을 둘러볼 때마다 노트북을 교탁에 놓고 연구를 하십니다.

저녁에는 당번이 아닌데도 매일 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밤10시까지 계시는 것을 봅니다. 당번 때는 12시까지 남아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야자지도를 합니다. 하루에 몇 시간 자느냐고 물으니 너댓 시간밖에 자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피곤하지 않고요.

3학년 학력평가가 있는 날 야간자습이 없는데도 그 반은 모두 남아서 함께 자습을 합니다. 소풍가는 날 학교 주변에 있는 울산대공원에 갔는데 오후 두 시가 넘어 학생 모두가 학교에 와서 피자를 담임선생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운동장 조례대 위에서 먹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는 운동장에서 함께 운동을 하고 있더군요. 그 뒤에는 보지 못했지만 아마 교실에 가서 또 자율학습을 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또 토요일 오후에 자진해서 희망자에 한해 논술지도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수업시간에는 작은 마이크를 들고 열강하는 걸 봅니다.

저의 눈에 띈 것만 해도 대충 이렇습니다. 이렇게 하니 학생들은 감동을 받아 부모에게 말씀 드려 감동케 하고 그것이 메아리가 되어 학교로 되돌아옵니다. 초기에 아는 학부형을 만났는데 김 선생님의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작년에는 8시 40분까지 자율등교를 했던 학생들이 김 선생님 한분으로 말미암아 하루아침에 이렇게 달라졌으니 누구나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겠죠.

하루는 한 학생이 교무실에서 양복 윗도리를 입혀주며 먼지를 털어주는가 하면 귀에다 소곤소곤 다정하게 말하는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고 보기 좋았습니다. 마치 사랑하는 아내가 남편에게 대하듯 하는 것이 저를 감동시켰으며 저는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아야만 했습니다. 이는 김 선생님의 따뜻한 품성, 학생들을 사랑으로 대하는 따뜻한 마음씨, 옳다고 여기는 일에는 어느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몸소 행하는 실천 등이 이 학생을 이런 아름다운 행동을 하게 만들었을 겁니다. 학생들은 무엇보다도 실제로 있었던 행실에 잘 감동하기 때문이지요.

김 선생님은 ‘리틀 간디’답게 작은 위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남들에게 조금도 알려지지 않은 숨은 교육자이기에 더욱 빛이 납니다. 김 선생님과 같은 훌륭한 숨은 교육자가 많을수록 좋은 학교가 될 것 아니겠습니까? 김 선생님이야말로 저를 비롯하여 많은 선생님들을 감동시키고 변화시키며, 학생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고 가면서 열광시키며 변화시키고, 나아가 우리 학교를 변혁시키는 주역임에 틀림없습니다.

김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올해는 결혼해야지요. 제가 제안할께요. 토요일 오후 푸른 잔디가 있는 운동장에서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축복을 받으며 교장 선생님의 주례, 저의 사회, 학생들의 축하송, 선생님들의 우인, 선생님들의 하객 대접 등을 하는 그날을 만들어 봅시다. 그럴듯하지 않으세요.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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