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밤하늘의 별

2006.05.12 14:41:00

우리 학교에는 싱싱하고 맑은 향기 은은히 날리는 싱그러운 5월 한 달 동안 우리학교 출신 교생 선생님 여덟 분이 교육실습을 받고 있습니다. 한 주간 교육실습일지를 결재하면서 전 교생 선생님들의 실습내용 및 소감들을 꼼꼼히 읽어보고 수첩에 메모하기도 하고 복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도하시는 선생님들의 지도말씀도 읽어보았습니다. 그 중에 이화여대 간호학과 곽정빈 교생 선생님의 첫날 실습내용 및 소감이 마음에 들었는데 내용은 이렇습니다.

‘어제 연구부장 선생님께서 오라고 해서 8시 반까지 출근하였다. 교과 담당선생님과 학급지도 선생님을 찾아봤다. 학급지도 선생님은 지구과학을 가르치시는 분으로 인상이 매우 좋으셨다. 선생님께 아이들 사진과 상담 자료를 건네받은 뒤 종례시간에 들어가 인사하기로 했다.

교과담당 선생님을 뵙기 위해 보건실을 방문하였는데 옛날의 양호실과 사뭇 달랐다. 벽지도 이쁘게 꾸미고 시설도 매우 좋아졌다. 학생들이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곳으로 바뀐 듯하다. 보건선생님은 매우 열정적이신 분으로 가만히 앉아 편한 일을 추구하기보다 끊임없이 자신의 일을 개발하시는 것 같았다. 자칫하면 안이하게 행동할 수 있는 과목인데 그렇게 하실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신 것 같았다.

선생님과 상의 아래 금연과 피임에 대해 교육하기로 하고 이번 주 주말까지 메일로 학습계획안을 제출하기로 하였다. 혈압에 대해 공부해 보기로 하고 그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제시되어있는 논문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보건교사는 한 학교에 한 명밖에 없기에 학교에 발령을 받아도 혼자서 일을 배우고 해야 한다며 이번 기회에 확실히 배워가라고 하셨다. 이번 실습기간 동안 힘들기도 하겠지만 선생님 곁에서 많은 것을 얻고 배워갈 수 있을 듯하다.’

교생 선생님의 소감만 읽어봐도 보건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쉽게 짐작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강 선생님은 지금 부산대학교에서 보건 관련 박사과정을 밟고 계시는 학구파이십니다. 지난 겨울에는 일본에서 학술논문을 발표하여 학술상까지 받은 숨은 실력자이십니다.

강 선생님은 방학만 되면 틈틈이 교육원리, 학생심리, 학생지도 등 폭넓은 교육학 지식을 얻기 위해 자율연수에 참가하십니다. 그리고 승진하고도 전혀 관계없는데도 일반 선생님처럼 수업연구에도 참가하시고 학습자료 개발연구대회에도 참가하시고 연구논문도 쓰시곤 합니다.

특히 니코틴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말이 아닌 식물성장실험을 통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니코틴물을 먹고 자란 식물과 그렇지 않은 식물을 학생들에게 직접 보여줌으로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 실험금연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게 전국에 소문이 나서 종종 강사로 초빙되어 강의를 하기도 합니다. 그것뿐만 아닙니다. 달마다 찾아오는 학생들의 생리통을 완화하기 위한 온요법을 직접 연구하여 양호실에서 치료해 주고 있습니다.

강 선생님은 언제나 자기보다 남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신 분입니다. 학년실이 없어 양호실을 학년실로 써야겠다는 말에 조금도 불평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옮겠는데 양호실을 꾸밀 때도 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벽지를 고를 때 아픈 학생들의 정서에 맞게 꽃이 예쁘게 수놓아 진 연푸른 색깔을 골랐다고 하네요. 또 장학지도가 왔을 때 장학사님들이 혹시 올지 몰라 손수 자기 돈으로 음료수와 다과를 준비해 놓고 손님을 맞이하는 것을 볼 때 그분의 세심함은 남다릅니다. 그러니 교장 선생님께서 그분의 세심한 배려와 마음 씀에 대해 배워야겠다고 할 정도니까요.

그리고 양호실의 분위기가 어떤 병원의 병실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이전 양호실보다 더 좋은 양호실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아마 다녀가신 분들은 이구동성으로 분위기를 보고 감탄했을 겁니다. 이는 다 강 선생님의 학생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에서 나온 산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또 학교에 대한 애착이 많습니다. 보건교사로서 야자감독과는 전혀 관계가 없지만 함께 야자감독에 통참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우리학교 초기의 모습들을 사진에 모아 학교 홈페이지에 올리려는 정성도 기울이고 있습니다.

강 선생님은 윗사람에 대한 예의와 베풂도 남다릅니다. 마음도 늘 따뜻합니다. 4년째 함께 근무하면서 지켜본 강 선생님의 아름다운 삶의 모습들이 순식간에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5월의 봄바람만큼이나 따스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분의 선한 마음과 따뜻한 정이 너무나 많아 하나하나 열거하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이 가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 말했듯이 주요한 인간관계를 비생산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베풂을 퇴보로 여기지만 생산적인 사람들에게 베풂은 자신의 잠재력을 드러내는 최고의 표현인 줄 알고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삶을 살고 있는 강 선생님은 저에게 많은 생각을 갖게 하고 관심의 변화를 일으키는 활력소가 되어 줍니다. 싱그러운 봄날의 싱싱한 생명력만큼이나 힘을 솟게 하고 용기를 갖게 하며 생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강 선생님의 싱그러운 봄향기가 우리학교 전체에, 아니 울산 전역에, 나아가 방방곡곡에 은은하게 퍼져나가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외로운 밤하늘의 별은 깊어질수록 더욱 빛을 발하듯이 선생님의 가시는 걸음이 외롭고 어렵고 힘들어도 학교보건교육의 큰 별로 더욱 빛날 것입니다. 늘 평안하시고 멀리서 출퇴근하시는 데 차조심도 하셔야죠.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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