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문화를 확 바꾸자!

2006.05.25 15:32:00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누구나 스승의 날이나 혹은 은사의 밤 연회장에서 부르거나 또 선생님이 되어 이를 들었을 때 가슴이 뭉클해졌던 것은 나만이 느낀 감정은 아니었으리라.

금년은 대다수 학교에서 스승의 날 노래를 들을 수 없을 것 같다. 왜냐면 매년 스승의 날이 되면 촌지 문제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아서 학교가 스스로 스승의 날을 휴교일로 결정해 버렸기 때문이다. 오죽 했으면 이날을 교무회의에서 휴교일로 결정해 버렸을까? 학부모 대표들은 이를 두고 또 말이 많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금년 스승의 날에 정말 편안하게 하루를 보낼 것 같다. 왜냐면 스승의 날 매시간 마다 오전 내내 교실에 들어서면 들었던 장난 끼 섞인 아이들의 노래 소리를 듣지 않아서 좋고, 또 촌지 문제로 본의 아니게 욕을 먹지 않아서 좋으며, 또 하루를 조용히 집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좋다.

제발 학부모나 학생들이 너무 이날을 걱정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스승의 날, 선생님을 편히 쉬게 하는 일도 최상의 선물이 된다는 점도 알았으면 한다.

이 기회에 스승의 날 문화를 확 바꾸어 보자! 스승의 날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나 하는 생각부터 학생이나 학부모가 버리자. 이날을 맞아 학부모나 학생들이 일률적으로 선생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일은 이제 그만두었으면 어떨까. 선생님이 많이 편찮으시거나, 병원에 입원하여 계신다면 뜻있는 급우 몇몇이 찾아가 뵙는 정도면 족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교사인 나도 과거에 스승의 날이 되면 자식 때문에 선생님에게 그냥 있기도 그렇고, 무엇을 보내자니 그것도 그렇고, 매년 고민을 되풀이 하였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하물며 학부모의 처지라면 어떠하겠는가? 무엇을 보낼까, 보내고 욕먹지나 않을까,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가만있자니 자신의 자녀만 빠지는 것 같아 얼마나 고민을 하였을까? 내가 스승을 예우하려 함은 내 아이를 위해서인가 아니면 선생님을 존경해서인가?

내 아이가 소중하면 남의 아이도 항상 소중하다는 생각을 먼저 하자.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려는 진솔한 마음이 있다면 졸업 후에 그 예를 표하면 어떨까? 스승의 날 무엇인가 선생님에게 물질적 보상을 하려는 생각을 차제에 확 버리자.

스승의 날 학교에서 휴교를 하니까 선생님 댁을 방문하자는 생각을 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 정말 그런 일은 없었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애써 휴교를 결정한 선생님들의 참 뜻을 더럽히기에 말이다.

왜 학부모들이 스승의 날에 선물이나 촌지를 보낼까? 정말 선생님을 존경하는 마음에서일까, 아니면 자신의 아이에게 무언가 득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일까. 아니면 내 아이가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서일까.

그리고 또 왜 선생님들 이를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버리는 것일까. 주니까 마다할 수 없어서, 아니면 남들이 받으니까 받는 것일까. 선생님들도 공무원으로서 선물이나 촌지를 받지 않아도 생계에 어떤 지장을 받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금년 스승의 날을 계기로 스승의 날 문화를 확 바꾸어 버리자. 스승의 날을 혁신해 보자. 스승의 날은 선생님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드리는 날로 정하면 어떨까? 그도 강제성이 아닌 자율적인 편지 쓰기 말이다.

혹시 스승의 날을 전후로 선생님의 몸이 불편하시거나 병원에 입원을 하고 계신다거나, 고령이시라면 선생님을 한 번 찾아가 뵙는 것도 예와 도리가 아닐까. 제발 모든 제자들이 일률적으로 스승의 날 행사를 치러야 하는 생각이나 행동으로부터 벗어나자.

스승의 날, 왜 학생들이나 학부모가 고민해야 하며 당사자인 선생님들 또한 고민하는 날이 되어야 하나? 스승의 은혜에 진정으로 감사하려 한다면 부모님 은혜와 마찬가지로 죽을 때 까지 잊지 않고 그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그만이다. 꼭 이를 어떤 물질로 보상해야할 이유는 없지 않는가? 자신이 입은 은혜를 꼭 갚아야 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스승의 행을 그대로 따라 행하면 될 일이 아닌가.

스승의 날이 제정된 것은 스승의 은혜에 감사를 하자는 뜻이지 선생님에게 무엇을 대접하거나 선물을 드리자는 뜻이 아니란 점을 분명하게 강조하고 싶다. 우리 주변에는 각 종 분야에서 묵묵히 스승의 도리를 다하고 계신 이름 없는 스승들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정병렬 포여중,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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