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들어!

2006.05.16 09:13:00

독일월드컵을 향한 열기가 슬슬 달아오르고 있는 요즘입니다. 4년 전 한일축구월드컵 때와 같은 열기와 하나됨과 성과가 있기를 기대하면서 그 때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한일월드컵을 생각할 때마다 머리에 떠오르는 이는 누구보다 히딩크 감독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환호하며 기뻐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4년 전 한일축구월드컵 때 한국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승리를 일궈낼 때마다 모든 국민들은 환호했고 그들을 지도한 히딩크 감독에게 함께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는 많은 축구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았고 저도 역시 좋아했습니다. 함께 근무한 한 분이 히딩크-외모, 귀밑 하얀 털, 믿음직스러움 등-를 닮아 '김딩크'라고 별명을 붙여주고 기념으로 동료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나눈 적도 있었습니다.

히딩크 감독이 저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것 중의 하나가 '생각하는 축구'입니다. 언젠가 어느 기사를 보니 훈련 도중 선수들에게 생각하면서 축구를 하라고 'Head up!(고개 들어!) Head up!(고개 들어!)'을 외쳐댔다고 하네요. 생각 없이 하는 축구는 생산성이 없고 발전할 수가 없다면서요.

히딩크식 '생각하기 훈련법'이 바로 우리 교육현장에도 적용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0분 동안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과연 얼마나 주고 있을까? 학생중심의 교육을 한다고 하지만 학생들에게 생각거리를 얼마나 제공하고 있을까? 학생들이 생각하는 수업을 하기 위해 어떠한 교수학습방법을 사용하며 교수-학습자료를 얼마나 투입하고 있을까? 를 늘 염두에 두면서 수업설계를 하며 수업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리라 봅니다. 생각하는 수업이 이루어져야 창의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몇 년 전 서울 신방학중학교에서 영재교육 연구학교 발표회에 참석을 했는데 그 때 국어과 젊은 여선생님 한 분이 도입부분에 영상자료를 준비해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는 어떤 느낌이 드는지 많은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고 대답하게 하는 것을 보았는데 정보화기기를 통해 생각하는 수업을 시도하는 자체가 참신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장학지도 시 수업참관을 하였는데 어떤 선생님은 개별학습자료를 투입해 생각거리를 제공하고 생각하게 하며, 어떤 선생님은 질의를 통해 요구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많은 학생들에게 묻기도 하였고, 또 영어선생님 한 분은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을 하면서 분임토의를 통해 생각하게 하는 수업을 지켜보았습니다.

이런 수업들을 보면서 선생님들이 조금만 고민하고 노력한다면 생각하는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고 창의력 신장을 위한 교수학습방법도 다양하게 제시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학생이 있을 때 Head up!을 외쳐보든지 아니면 옆에 가서 조용히 귓속말을 해봄은 어떨까요? 생각 없이 멍청하게 앉아 있다든지 수업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이 눈에 띄면 마찬가지로 Head up!을 외쳐봄도 좋을 듯싶습니다.

힘이 들고 어렵더라도 생각하는 수업을 진행하면 창의력은 물론 학력신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며 학생들로부터, 학부모로부터 많은 박수갈채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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