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라 선생님의 교육방법

2006.05.20 08:39:00

우리학교 담장에는 약 50미터 이상 담쟁이가 푸른 생명력을 과시하며 붙어있는 모습이 학교의 역사를 잘 말해 주는 듯합니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55년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임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보기가 좋고 아름답습니다.

오늘은 지난 99년 3월부터 6개월간 울산교육연수원에 근무할 때 함께 근무했던 금빛 머리카락 날리는 미모의 한 여 선생님을 떠올려 봅니다. 저가 근무했던 연수원 교수부에는 원어민 선생님이 두 분 계셨는데 한 분은 호주에서 오신 젊은 총각 선생님이었고, 다른 한 분은 미국에서 오신 그 때 당시 50대의 ‘바바라’라는 선생님이었습니다.

이 여 선생님은 서구 여성이 갖고 있는 전형적인 미모의 모습을 그대로 지닐 만큼 아름답습니다. 큰 키에, 잘 생긴 코며, 반짝이는 눈매에다가 붉은 장미꽃처럼 얼굴에는 홍조를 띠어 한층 더 빛나 보입니다.

‘바바라’ 선생님께서 하루는 영어로 번역된 한국 동화집을 보고 있었는데 ‘토끼와 거북이’가 보이기에 tortoise가 무슨 뜻인지 물었습니다. 한참 열심히 설명하는데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 답답한지 저를 2층에서 1층 현관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거기에는 커다란 거북이가 유리관 안에 들어있었는데 보자마자 알았다는 반응을 보이니 설명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고 계속해서 바다에 사는 거북이와 땅에 사는 거북이를 비교해서 설명해 주었습니다.

알아듣기 쉽도록 아주 천천히 영어로 땅의 거북이는 ‘tortoise’이라 하고, 바다의 거북이는 ‘turtle’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바다에 사는 거북이(turtle)는 ‘swimming’하면서 흉내도 내고, 땅에 사는 거북이는 ‘slowly slowly’ 기어다니는 흉내를 내면서 ‘turtle’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land turtle is tortoise, sea turtle is turtle’이라고 하니 ‘OK'하면서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바바라 선생님은 저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평소에는 바바라 선생님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게으르고 일에 대한 의욕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아주 달랐습니다. 얼굴에는 5월의 싱싱한 푸른잎만큼이나 생기가 돌면서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있었거든요. 평소의 모습과는 달리 가르칠 때만은 아주 열성적이었습니다. 하나를 질문하면 둘, 셋 설명하는 바바라 선생님의 지도방법은 잊으려야 잊을 수 없습니다.

어떤 학생이 한 가지 질문을 하면 설명하다가 잘 알아듣지 못하면 그것도 몰라 하면서 역정을 내며, 질문하는 학생에게 무안을 줄 것 같은 저 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분의 가르쳐 주는 자세는 우리 모두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을 편하게 해 주면서 천천히 말과 행동으로 눈높이를 맞춰 지도하시는 그 선생님은 지금의 우리 선생님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새로운 도전을 갖게 해 줍니다.

무엇보다도 알아듣지 못했을 때 꼭 알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가히 본받을 만합니다. 평상시에는 생활모습이 소극적이지만 가르칠 때는 아주 적극적이었습니다. 귀찮지마는 꼭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었기에 현관까지 안내하는 그분의 교육애는 봄날의 붉은 장미꽃만큼이나 환히 빛났습니다.

더욱이 그분은 한 가지 묻는 질문에 관련되는 것까지 설명해 주는 친절함도 배울 만합니다. 그것도 수준에 맞게 천천히 행동까지 섞어가면서 하는 그 모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선생님들에게 귀감이 되는 좋은 선생님임에 틀림없습니다. 수준별 수업, 가르치는 교사로서 가져야 할 교육애, 친절, 열성, 지식 등이 두루 갖춘 분이기에 지금도 종종 머릿속에 떠오르게 됩니다.

바바라 선생님께서 가진 동화집 목차에 ‘Mrs moon and Miss sun’이 보이기에 ‘저는 Mrs moon, 바바라 선생님은 Miss sun’이라고 말하니 너무 기뻐하였습니다. 그래서 시간만 나면 간혹 저를 가리켜 ‘Mrs moon’ 하면 바바라 선생님은 자기를 가리키면서 ‘Miss sun’하면서 환히 웃었습니다. 그 때가 그리워집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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