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운동원들과 같은 열성

2006.05.29 09:54:00

5월이 저물어갑니다. 마지막 놀토가 있는 연휴 잘 보내셨습니까? 에너지 충전은 많이 하셨는지요? 가는 곳곳마다 5.31 지방 선거일을 앞두고 각 후보들과 운동원들의 선거운동이 한창임을 보게 됩니다.

요즘은 아침, 저녁 출퇴근을 하면 기분이 좋습니다. 거리 길목마다 각 후보와 운동원들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서서 지나갈 때마다 웃으며 90도로 깍듯이 절을 합니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기호를 알립니다. 이름을 말합니다. 그리고는 손을 흔들어 줍니다. 차의 매연냄새를 코로 막으면서도, 비가 오면 비옷을 입고서도 자기의 후보를 알리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저는 각 후보들과 운동원들의 열성에 감탄을 합니다. 이름을 알리기 위해, 한 표를 얻기 위해 저렇게 열심히 하는 그 모습을 떠올리면서 저도 또한 그분들과 같은 열성이 과연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부끄럽기도 합니다. 그분들과 같은 열성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짐과 동시에 우리 선생님들도 각 후보들과 운동원들과 같은 열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우리학교 선생님들은 어느 학교 못지않게 열성이 대단함을 제 눈으로 매일 같이 보게 됩니다. 전 선생님들이 다 그렇습니다만 특히 부장 선생님들은 남다릅니다. 11명 중 8명이 부장과 담임을 겸하여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자기 일에 조금도 소홀함이 없습니다. 수업도 그렇고, 업무도 그렇고 담임도 그렇습니다. 어느 누구보다 적극적이며 모범을 보이십니다.

부장 선생님은 대부분 일찍 출근하여 아침 자습지도, 교문지도, 청소지도, 상담지도 등을 합니다. 어떤 부장 선생님은 허리가 좋지 않고 애들을 돌보아야 하는 처지인데도 일찍 나오셔서 학급관리를 하면서 손수 마루에 껌을 제거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부장 선생님은 당번에 관계없이 밤낮 교실을 지키고 계시는 선생님이 계십니다. 또 어떤 부장 선생님은 교통사고로 연가를 내셨는데도 오후에 나오셔서 자기 할 일을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또 어떤 부장 선생님은 화장실 청소를 하며 골마루 청소도 합니다.

담임을 겸하지 않은 세 부장 선생님도 남다릅니다. 교무부장 선생님은 매일 밤 10시까지 학교에 남아 야간자율학습을 지도하시는 선생님과 함께 함을 봅니다. 또 연구부장 선생님은 교생 선생님 8명을 매일 3교시째 연수를 시키시며 각종 프로그램을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수립하여 시행에 옮깁니다. 체육부장 선생님은 친목회장으로 상가에, 수련활동 할 것 없이 각종 행사에 시간을 투자합니다. 야간자율학습 감독에도 함께 합니다. 세 분은 업무상(교무), 과목 특성상(불어, 체육) 담임을 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은 전 부장 선생님께서 담임을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밤을 낮을 삼고 열심히 하시는 선생님들에게 발견되는 공통점은 한결같이 얼굴 표정이 밝습니다. 얼굴에 윤기가 납니다. 인사를 잘 합니다. 아마 남이 맛보지 못하는 기쁨과 보람을 누리면서 살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분들은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말은 전파력이 약하지만 부정적인 말은 전파력이 강해 공동체를 쉽게 무너뜨리는 속성을 가진 것을 알고 침묵하는 분들입니다. 말이 없습니다. 또 헌신과 희생의 끝은 기쁨과 보람이라는 것도 체득하신 분일 겁니다.

경희대학교에 다니다가 우리학교에 실습 나온 정지윤 교생 선생님의 마지막 소감문에 이렇게 쓰여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침 자율학습지도와 수업, 상담, 청소지도, 야간 자율학습지도, 교문지도를 통해 선생님이란 직업이 학교 안에서 굉장히 바쁘고 열정이 많이 필요한 직업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그렇습니다. 선생님의 일 제대로 하려면 학교 안에서 굉장히 바쁘고 열정이 많이 필요합니다.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갑니다. 어떤 선생님은 식사할 시간이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교재연구며 수업을 위한 학습자료를 만드는 일이며, 한 시간의 수업을 위해 몇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바쁜 하루를 보내야 합니다. 거기에다가 쉬는 시간이면 업무를 보아야 합니다. 학생들의 상담도 해야 합니다.

정말 몸살납니다. 그러니 종종 선생님들 중에는 몸살을 앓아 고생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목이 아파 치료를 계속 받는 것을 봅니다. 허리가 아파 물리치료를 받기도 합니다. 그래도 자기의 몫을 꼭 다하기 위해 열성을 쏟는 것을 볼 때면 감동이 되고 감격을 하게 됩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몸을 아끼지 않고 열성을 다합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귀한 학생들이 맡겨져 있기에 무엇이든지 인내하며 오래오래 참으면서 힘을 내어 최선을 다해 교육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선생님이란 직업은 어느 직업보다 열성이 요구됩니다. 열성이 빠져서는 교육다운 교육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우리 모두에게도 수업하는 일부터 시작하여 상담지도, 청소지도, 자율학습지도, 교문지도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각 후보들과 운동원들의 열성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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