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직형 교장공모제' 즉각 중단해야

2006.06.02 20:37:00

오늘 오후 한계레신문 1면 기사에 「평교사 ‘교장 공모제’ 내년 364개 학교서 시행」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고 나서 쓴웃음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 교원특위(교원정책개선 특별위원회)가 교장 자격증이 없는 평교사도 응모할 수 있는 ‘보직형 교장 공모제’를 추진한다고 하는데 이는 전교조가 주장하는 ‘교장선출 보직제’를 내거는 그들의 입장을 들어주는 체하면서 보직이라는 말을 앞세워 슬그머니 교장자격증이 없어도 한물간 퇴직공무원, 교수, 기업인 등 한자리 하고 싶은 사람들의 길을 터주기 위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교장 공모에는 교장(교감)자격증이 없어도 일정 경력 요건을 갖춘 평교사가 응모할 수 있도록 했는데 그것도 평교사들의 직위상승 기대심리를 이용하여 겉으로 내거는 것이고 속으로는 외부인이 교장자격증이 없어도 교장 공모에 임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기 위한 고도의 속셈이 들어있는 것같아 착잡합니다.

만약 교장, 교감자격증이 없이 학운위가 학부모 동의를 얻어 교장을 세우고 그 교장이 부교장을 임명하려고 하려면 같은 논리로 이번 기회에 교사들도 교사자격증 필요 없이 4년 주기로 공모를 통해 학운위가 학부모 동의를 구해 임명하자는 안을 만들어 함께 추진하셔야죠.

또 ‘공모교장을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가 학부모 총회를 통해 동의를 얻은 뒤 시·도교육감에게 신청하도록 하고 공모교장 임용 심사도 학운위가 담당한다’고 하는데 얼마 전에 ‘교장,학운위 선출이라니’에서도 언급했듯이 그들은 교장을 뽑을 만한 교육적 식견과 능력을 가지신 분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교장을 뽑으려면 전교조가 주장하는 전 교사들이 뽑아야지요.

이는 학부모의 손을 통해 자기들이 원하는 교장을 뽑으니 학부모들이 좋아할 것 같으니까 그걸 미끼로 심지어 전교조에서조차 반대하는 학운위를 통해 선출하려고 하니 결국은 여론을 등에 없고 밀어붙이고자 하는 발상으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시행 첫해에는 전국 182곳 지역 교육청별로 두 학교 이상씩 364곳에서 2년 동안 운영되며, 2년 뒤에는 점차 확대된다. 공모제 시행 학교 364곳은 매년 새 교장 임용 규모(1500명)의 26%에 이르는 규모다’라고 하는데 이는 3.4년 안에 현재의 교장, 교감을 모두 갈아치우겠다는 음모가 숨어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직 교장, 교감이 모조리 죽을 죄를 지었습니까? 교육을 망쳤습니까? 나라를 팔아먹었습니까? 왜 이러십니까? 그게 교육개혁입니까? 교육혁신입니까?

아울러 ‘교장공모제가 적용되는 학교에는 현행 교장(교감)자격증에 따른 교감직을 두지 않고 부교장을 ‘보직’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열린우리당의 모 의원 안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다수당의 의견을 수렴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이것을 볼 때 교육혁신위원회 교원특위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너무 편향되어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마저 듭니다.

교총의 입을 막기 위해 줄기차게 주장하는 ‘수석교사제 도입’을 대교사라는 이름으로 교묘하게 바꿔 수석교사의 본질을 훼손시키려 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누가 봐도 겉으로는 그럴 듯합니다. 학부모들도 좋아하고, 교장자격증이 없어도 교장의 길을 터놓았으니 교육공무원도, 교수도, 기업인들도 좋아할 겁니다. 그리고 보직제을 도입했으니 전교조도 좋아할 것이고 평교사도 교장의 길을 열어놓았으니 교사도 좋아할 것이고 수석교사제 개념의 대교사를 도입하니 교총도 좋아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이번 교장공모안을 만들어 추진하려고 하겠지요.

교장공모제를 이렇게 추진하려는 것은 교육을 너무나 얕보고 교육을 마음대로 난도질해도 괜찮다는 생각 때문 아닙니까? 교육혁신위원회에 관계하시는 모든 분들께서는 교장공모제 정책을 즉각 중단하여 원점에서 재검토하셔야 합니다.

교육정책은 교육논리로 풀어가야지 시장논리, 경제논리로 풀려고 하면 안 됩니다. 교육자를 경영자로 갈아치우려고 하는 발상을 이제라도 버리고 진정 교육을 위한 원만한 교장승진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너무 급하게 서두르지 마세요. 지금까지 모든 교육정책은 일선학교의 시범운영을 통한 검증이 있은 뒤에 신중하게 시행해 왔는데 유독 이번에는 왜 그 중요한 교장공모제를 시험운영, 검증절차도 그치지 않고 그냥 밀어붙이려 합니까? 이제 한건주의에서 벗어나야지요. 그 동안 잘못된 정책으로 이번에 호되게 심판을 받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정신을 못 차리십니까?

교육은 경륜입니다. 교육에 관한 한 어느 누구보다 경륜이 많은 분들의 귀를 기울이셔야 합니다. 한 쪽 귀는 막고 한 쪽 귀는 열어놓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교장공모제로 인해 평생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 주시면 어떨까요?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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