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과 학생들을 감동시키는 모델수업

2006.06.14 13:45:00

우리학교에는 교수, 학습방법 개선을 위한 연구수업을 매월 실시해 교과협의회를 합니다. 그리고 비디오로 수업을 촬영해 학교에도 하나 보관하고 본인에게도 하나 줍니다. 학교 보관용은 다른 선생님이 필요하면 그것을 보고 수업에 참고하며 개인용은 수업하신 선생님이 이를 다시 보면서 자신의 수업을 반성하고 다음 수업에 참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번 달에도 오늘 2교시 2학년 10반에서 사회과 조 선생님께서 ‘부부간의 법률관계’의 소단원 ‘혼인’에 대한 수업을 하셨습니다. 교실에 가보니 사회과 관련 선생님들은 물론 국어, 영어, 생물, 지리 선생님도 수업에 참관하여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으며 역시 비디오로 수업을 촬영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수업하시는 선생님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골마루 뒷문에 서서 수업을 참관했습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조 선생님의 단정한 모습이었습니다. 평소에도 그러했지만 오늘은 더 단정해 보였습니다. 처녀 선생님답게 아름다움을 더해 주었습니다. 선생님의 차분한 목소리가 다정하게 들려왔습니다. 칠판에는 학습목표가 요약 정리되었고 깔끔한 글씨로 판서가 되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교사로서 갖춰야 할 기본 자질은 다 갖춘 것 같았습니다.

학습지도안을 보니 선생님의 사전준비가 얼마나 철저했는지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회과목은 주입식으로 흐르기 쉬운데 어떻게 수업할까 궁금했었는데 관계되는 항목마다 학습자료를 준비해 수업을 풀어나가는 능력이 아주 뛰어났습니다.

혼인의 성립요건 중 ‘당사자 간의 자유로운 의사의 합치’에 대한 설명을 위해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영화 ‘가문의 영광’을 보여주면서 교사의 질문에 답하도록 유도하였습니다.‘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줄리엣의 아버지가 줄리엣을 강제로 결혼시키려 하고, ‘가문의 영광’에서는 신부 오빠들이 협박해 혼인하게 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이는 정략결혼이지 자유의사에 의한 결혼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합니다.

또 ‘혼인 적령에 이르렀을 것’에 대한 설명은 영화포스터 '제니주노‘를 제시하면서 제니와 주노가 혼인할 수 없는 이유가 적령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합니다. 그리고는 돌발퀴즈로 혼인 가능한 나이를 묻네요.

그리고는 드라마 ‘궁’을 제시하면서 등장인물의 대사 중에 잘못된 법적 판단을 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 이유를 묻습니다. 거기에 나오는 채경 친구 단지는 ‘18세 이상이면 부모 동의 없이도 혼인할 수도 있소’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단지의 대사에서 18세 이상이라도 미성년자이므로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가르칩니다.

이뿐 아닙니다. ‘중혼이 아닐 것’에 대한 요소를 가르칠 때는 ‘오래된 미래’라는 책 내용을 소개하면서 히말라야 산맥 아래 작은 마을 라타크의 유목민은 일처다부제이고 우리나라는 1부1처제이므로 중혼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하더군요. ‘오래된 미래’를 읽어본 학생이 있느냐고 물어보면서 ‘책,책,책을 읽어야지요’하는 말이 귀에 쟁쟁합니다.

또 혼인신고서를 작성하게 하는데 작성하기 전에 동사무소에 가서 혼인신고서 양식을 구하면서 일어난 에피소드도 간단히 소개하네요. ‘이혼신고서 양식이 있나요?’ 하니 담당자가 고개를 들고 쳐다보더랍니다. 그리고 나서 혼인신고서 양식이 작년보다 많이 바뀌었네요? 하니 역시 담당자가 고개를 들고 쳐다보더랍니다. 조 선생님은 매년 양식을 구하기 위해 동사무소를 찾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장돌뱅이 허생원과 아들인 동우의 어머니와 함께 혼인신고를 한다면 어떻게 기재해야 하나 묻고서 ‘동이는 수반입적자’라고 기타란에 적으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내용하나마다 이해시키기 위해 어떤 부분은 영화에서,드라마에서 어떤 때는 문학소설에서, 어떤 때는 일반서적에서 관련자료를 구해 적용하는 능력이 탁월했습니다.

동기유발을 위한 혼인식 장면 보여주기, 개별학습지 활용 혼인의 의미 알기, 파워포인터, 동영상자료를 통한 학습요소별 관련학습, 2인모둠탐구학습, 솔로몬의 선택을 통한 형성평가 등 하나도 나무랄 데 없는 기발한 발상에 의한 수업진행이었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조 선생님과 같은 선생님이야말로 진정 학생들에게 감동을 주는 좋은 선생님의 모델이었다는 생각에 수업 끝나고 선생님을 불러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저가 선생님의 수업에 몇 번이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정말 준비 많이 하였습니다. 계속해서 열심히 하시라고 하였습니다. 끝부분은 보지 않고 내려왔는데 교장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참관하신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감동이 되어 박수를 치더라고 합니다.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한 주일 동안 영화, 드라마를 다시 보면서 학습자료를 만드셨다고 하시는 조 선생님의 그 열정, 관련 내용을 잘 이해시키기 위해 영화, 드라마는 물론 일반서적,문학서적까지 읽으면서 갖춘 예비지식과 전문지식, 수업을 수업답게 이끌기 위해 다양한 수업기법을 적용하는 수업능력, 순간순간 책읽기를 강조하는 그 여유,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생명력 있는 수업을 전개하는 수업기술 등이 학생들을 감동시켰을 것이고, 수업에 참관하신 선생님들을 감동시켜 박수갈채를 받았을 것입니다.

조 선생님의 끝임 없는 발전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2학기 때는 결혼하신다고 하셨지요. 건강관리 잘 하시고 가정에, 직장에 미래의 행복을 꿈꾸시면 좋겠습니다. 이제 마음 좀 놓으시고 우리학교 교목인 태산목이 꽃을 피웠는데 새하얀 꽃을 한번 볼 수 있는 여유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조 선생님!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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