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밭에 꽃밭을 가꾸어 죄송합니다

2006.06.19 21:31:00


나는 꽃을 너무 좋아해서 온통 꽃을 심는 것이 취미이다. 그런데, 내 이웃에 사는 분들 중에 참으로 원칙주의자들이 사시나보다. 오늘 참으로 어이없는 일을 당하여 여기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 집은 아파트 이웃에 지어진 다세대주택이다. 단독 주택이나 다름없이 외따로 있는 우리 집의 이웃에는 아파트의 소유인 공터가 약 20평 남짓 남아 있다. 우리 집을 드나드는 입구에 있는 이 땅에는 온갖 잡초가 우거져 있어서 마치 뱀이라도 나올 것만 같은 곳이다. 그래서 지난여름에는 그 지독한 가시 덩굴 같은 덩굴 식물을 땀을 뻘뻘 흘리면서 베어내어서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막았었다. 그 덕분에 올 봄에는 그다지 많은 잡초가 나지 않았다. 거기다가 일찍부터 자라지 못하게 나는 대로 뽑아 없앴다. 그리고 이 빈터에 우리 집에서 가꾸던 야생초들을 옮겨 심었다. 벌개미취, 개미취, 톱풀, 구절초, 결명자, 자소(붉은 들깨), 봉숭아, 분꽃, 금계국, 루드베키아, 접시꽃까지 눈에 보이는 대로 집어다가 심었다. 날씨가 가물은 때는 우리 집의 수도에 연결한 호스로 듬뿍 물을 주고 더 이상 잡초가 나지 않게 한 주일이 멀다하고 잡초를 뽑아 주었다.

그 덕분에 요즘에는 그 잡초 밭에 금계국이 꽃을 피우기 시작하였고, 루드베키아가 꽃망울을 터뜨리려고 한다. 나는 이렇게 공터를 가꾸어서 꽃밭으로 만들어 가고 있지만, 정작 이 땅의 주인이 되는 아파트의 주민들은 이곳에 쓰레기나 버릴 뿐 아무도 가꾸어 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는 중에 관리실에서 일하는 분이 콩을 심어서 가꾸겠다고 여기 저기 콩을 심었다. 나난 일단 콩이 없는 곳에 꽃을 볼 수 있는 결명자와 자소를 줄을 맞추어서 심었다. 봉숭아도 100포기 정도를 두 세 개씩 모아서 심었다. 이젠 이 모종들이 자라면 제법 꽃밭이 될 것 같았다.

나는 이제 이 곳에 함부로 쓰레기만 버리지 않으면 될 것 같아서 조그만 안내판을 만들어서 붙였다. [잡초만 우거졌던 이곳을 꽃밭으로 가꾸고 있어요. 쓰레기를 버리지 맙시다. 노블하우스]
하는 안내판을 코팅까지 해서 소나무에 매달아 두었었다.

집 주변에 지저분한 잡초가 없어져서 좋고, 그곳에 꽃을 심어서 가꾸면 더욱 아름다운 환경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울타리 주변을 돌아가면서 모두 꽃모종을 심었다. 이제 제법 꽃 밭의 형태가 갖추어져 가는데 엊그제는 아파트 부녀회원들이 나서서 애써 심은 야생화들을 뽑아 내고 메리골드를 잔뜩 심어 놓았다. 나는 내 땅이 아닌데 그렇게라도 꽃이 피면 되지 뭐 별 것 있느냐는 생각에 단 한 마디 하지 않았다. 자기 땅에 자기들이 꽃을 심는데 뭐라 할 이유나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무척이나 권리 주장을 하는 분들이 살고 있는지 자주 그런 얘기를 해서 다툼이 생길까보아 아예 말도 않고 말았다.

그런데 오늘 오후에 나에게 전화가 결려 왔었다. 낯선 전화 번호인데 내가 연수중이어서 못 받았기에 전화를 걸어 보았다.

"여기 아파트 관리실인데요. 저기 집 앞의 공터에 꽃을 심지 않았습니까?"
"예, 너무 지저분해서 잡초 뽑고 제가 꽃을 좀 심었습니다. 야생화를 심었더니 부녀회원들이 거의 뽑아 버리고 메리골드를 심었더군요."
"그런데, 이곳 아파트재건축 조합의 사람들이 몰려와서 왜 그 땅을 함부로 내어 줬느냐고 따지고 들어요."
"예? 땅을 내어 주다니요?"
"거기다가 꽃을 심고 콩도 심고, 왜 남에게 꽃을 심어서 가꾸게 한다고 야단 이예요."
"콩이야. 관리실 아저씨가 심었고, 꽃을 심은 것도 잘 못이랍니까?"
"누가 아니래요. 꽃을 심어 가꾸니까 지저분하지 않고 좋은데 야단들이니 어떡합니까?"
"뭘 어떻게 해요. 안 심으면 되죠. 뽑아 낼까요?"
"그게 아니라 안내판 붙여 놓은 것이나 뗄게요."
"그러세요. 땅주인이 떼겠다는 데 누가 뭐랍니까?"

나는 내 땅이 아닌 곳에 환경을 아름답게 한다고 꽃을 심어주었다가 망신을 당하고 욕을 먹는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내 것 주고 뺨 맞는다]더니 지저분한 잡초 밭을 애써 가꾸었다가 망신을 당한 내 처지가 이상한 것인지 아니면 이웃사람들이 이상한 사람들인지 알 수가 없다.

어떻든 남의 땅에 함부로 꽃을 심은 죄는 사죄 드려야겠다.

[남의 잡초 밭에 함부로 꽃을 심어 가꾸어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김선태 한국아동문학회 회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노년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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