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에 대한 그릇된 생각

2006.06.22 16:12:00

오늘 오전에 교장 선생님께서 찾아 교장실에 갔더니 한 학부형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내용인즉 ‘1학기 수시모집이 다되어 가는데 봉사활동 시간이 모자라 대입에 불이익을 받을 것 같은데 봉사활동 시간을 인정해 주는 방법이 없느냐’고요. ‘이웃학교에는 학부모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봉사기관에 찾아가 2시간 정도 봉사하면 몇 십 시간 봉사확인서를 받아온다고 하는데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없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너무나 황당했습니다. ‘학생봉사활동이 이렇게까지 변질되었어야 되겠는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눈앞에 닥쳐온 자녀의 대학입시를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지만. 전화 온 어머니의 그릇된 생각이 자녀에게나 사회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가는 생각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우리학교는 봉사활동에 관한 업무를 환경부에서 하고 있는데 ‘봉사활동을 통하여 실천 위주의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다양한 경험과 삶의 보람을 체득하여 더불어 사는 공통체 의식을 갖춘 인간을 육성함으로써 21세기의 바람직한 민주시민의 기본적 자질을 함양함’을 목표로 봉사활동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봉사활동 추진위원회에서는 학생들에게 학교 및 개인계획에 의한 봉사활동을 연간 20시간 이상 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학교 내에서 함께하는 봉사활동'으로 학교주변 환경정화 캠페인 실시, 소풍활동 시 봉사활동 실시 등 10시간의 봉사활동을 하도록 하고 개인계획에 의해 봉사기관에 가서 10시간 이상의 봉사활동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한 학년에 하루에 네 시간씩 3일 정도만 봉사하면 봉사활동 시간에 대한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토,일요일 또는 방학을 이용하여 봉사활동을 하고 봉사활동시간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그 중에 게으르고 성실하지 못한 학생들이 소홀히 하다가 입시가 다가오니 이와 같은 잘못된 발상을 하게 되고 학교에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것을 볼 때 안타까울 뿐입니다.

우리학교의 교육과정에 의해 이렇게 봉사활동을 교육차원에서 하고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변칙적으로라도 애를 위한답시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건 지나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화하신 어머니의 말씀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만약 이웃학교에서 2시간 봉사활동 해놓고 몇 배로 많은 봉사활동을 한 것처럼 봉사활동 확인서를 발급하는 봉사활동기관이 있다면 정말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봉사정신을 심어주자는 건지 아니면 사회에는 아직도 거짓이 통한다는 것을 심어주겠다는 건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은 짓을 해서야 되겠습니까?

학부모님들도 우리 자녀 대학진학을 위해, 공부시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고생시키지 않기 위해 허위로 봉사활동 확인서를 받아서라도 봉사활동 시간을 확보해 주고자 하는 생각이 과연 애를 위한 것인지, 옳은 생각인지 반성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지난 중간고사 시험 때 감독하러 오신 어머니 중 한 분께서도 건의가 있다고 하면서 감독시간을 자기애의 봉사활동 시간으로 쳐주면 안 되느냐고 하더군요. 이렇게 학부모들의 건전치 못한 생각은 결국 애를 망칠 뿐입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학생봉사활동은 학교의 의도적 계획 하에 자발적 또는 비자발적으로 다른 사람과 사회를 위하여 일하는 봉사를 체험하는 활동으로써 일련의 교육 과정으로 운영되며, 활동 결과 역시 평가라는 과정을 거치게 되고 활동내용이 학교생활 기록부에 기록된다는 점'을 일깨어 주고 봉사활동은 계획에 의해 일정 기간 지속하는 활동이므로 꾸준하게 계속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함을 가르치고, 학부모들에게도 홍보하여 봉사활동에 대한 바른 생각과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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