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가 함께하는 교육이었으면

2006.06.28 13:57:00

불현듯 전국의 문화재와 볼거리를 사진 자료로 남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는 휴일만 되면 거리를 불문하고 전국을 떠돌았다. 주변 사람들은 어느 정도 목표가 달성되었으려니 생각하지만 오히려 나는 우리나라는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여행길에서 실감한다.

본인이 즐거워서 하는 일이라 하루에 500㎞이상 차를 몰아도 피곤하지 않았다. 오히려 걱정이 될 만큼 동행을 하는 아내가 더 피곤해했다. 그렇게 즐기던 여행을 가까운 곳에 사는 손윗동서가 군의원 출마를 결심하며 잠깐 쉬기로 했다.

사실 여행을 떠나지 않는다고 교육공무원인 내가 나서서 동서의 선거운동을 도와줄 입장도 아니었다. 그냥 지켜보는 게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마음 졸이고 있는 동서와 처형을 생각하면 콧노래를 부르며 멀리 여행을 떠날 수도 없었다.

시간만 허락되면 아무리 먼 곳이더라도 훌쩍 다녀와야 직성이 풀릴 만큼 역마살이 낀 사람이 토요휴업일까지 그냥 집에서 보낸다는 것도 쉽지 않았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틈이 나면 가까운 곳으로 산행에 나섰다.

이 세상에 건강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나이 먹은 부부일수록 함께 건강해야 행복하다. 이왕이면 아내와 함께 괴산 35명산을 모두 올라 정상에서 등정 기념사진을 남기기로 했다. 여러 번 다녀온 산이더라도 정상에서의 사진이 없는 곳은 다시 산행을 하고 있지만 요즘은 하나하나 목표가 달성되고 있다는데 보람을 느낀다.

산행을 하며 보고 느끼는 게 많다. 자연에 동화되며 배우는 것도 많다. 산행은 몸만 튼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살찌게 한다. 그래서 아무리 힘든 등반길이었더라도 보람과 즐거움이 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다. 남녀노소가 서로 인사말을 건네면서 힘을 주고, 마냥 길을 피해주는 아량도 베푼다. 서로 보살펴 주고, 마음을 쓰면서 너그러워진다.

자연을 닮아가는 게 배려다. 먼저 배려하면 같이 여유로워진다. 여유로워야 너그러워지고, 너그러워야 인생살이가 재미있다는 것을 산행을 하며 배운다.

산행을 하다 보면 만나는 길도 여러 가지다. 가끔 사색을 하며 무작정 걷고 싶을 만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오솔길을 만난다.

산에 물이 없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등반을 하다 산중턱에서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계곡을 만나면 괜히 기분이 좋다.

등산을 하다보면 가끔은 숲 속에서 외로움을 느낀다. 그 넓은 숲에서 작지만 큰 몸짓으로 길을 안내하며 동반자가 되어주는 게 리본이다.

어디로 가든 길은 다 통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산에서 길 한번 잘못 들면 고생해야한다. 등산객들이 갈림길에서 망설이지 않도록 배려한 안내 글도 있다.

누군가 나무와 바위에 페인트로 화살표도 그려놓았다. 이곳을 지나갈 등산객을 위한 배려였으리라. 하지만 리본 몇 개 달아 놓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왜 하필 유독성 페인트였을까 걱정도 한다.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촘촘히 걸려있는 리본도 본다. 대개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고 눈에 잘 띄는 곳에만 리본이 많이 걸려 있다. 그런 리본들이 길 찾기 어려운 갈림길에 걸려있으면 제 역할을 다할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어라, 저게 뭐지? 가까이 가보니 동물모양을 하고 있는 나뭇가지다. 바위 위에 놓여 있는 나뭇가지 조형물이 그럴듯하다. 누군지 모르지만 등산객들에게 즐거움을 준 사람은 분명 훌륭한 예술가다.

왜 인생살이만 어렵겠는가? 산행을 하다보면 어려운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 식물들을 만난다. 바위틈에 뿌리를 박고 옆으로 누운 소나무 한그루가 불평 한마디 없이 환경에 순응하고 있다.

산행을 끝내면 냇가에서 피로를 푼다. 유유히 흘러오기도 하고, 서로 만나 얼싸안기도 하고, 갑자기 바위 아래로 떨어지기도 하고, 하얀 포말을 만들며 헤어지는 일을 반복하는 냇물의 모습이 인생살이의 축소판 같다.

산행을 하다보면 이렇게 곁두리로 얻는 것이 많다. 모두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다. 교육도 이랬으면 좋겠다. 학생, 교원, 학부모는 물론 구성원 모두가 서로 배려하면서 여유를 찾아야 한다. 탓하기 이전에 베풀어야 하고, 상호간에 좀더 너그러워야 한다는 것도 깨우쳐야 한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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