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2006.07.27 10:11:00

선생님, 오늘은 놀토이라 마음이 가볍지 않습니까? 저는 오늘 새벽 일찍 바깥바람을 쐬니 신선한 공기가 참 좋네요. 덥지도 않고 차지도 않은 게 오래도록 마시고 싶었습니다.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 맛보는 기쁨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은 아침입니다.

우리 학교에는 매일 아침 7시쯤이면 키가 작은 중년의 아줌마가 우유배달을 위해 교무실에 들어오는데 지나가면서 얼마나 깍듯이 인사를 하는지 저는 정말 감동을 받습니다. 그래서 이 아줌마를 볼 때면 저가 오히려 먼저 우리 선생님을 맞이하는 것 이상으로 반갑게 ‘어서 오세요’하고 인사를 합니다. 아침을 여는 아줌마의 인사하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어제는 1학년 다니다 미국 가서 공부하고 돌아와 복학을 하려는 학생 한 명과 어머님이 저에게 다가와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먼저 학생이 나를 알아보고는 웃으며 인사하더니 뒤에 따라오는 어머니도 똑같이 웃으면서 인사하더군요. 그 딸과 그 어머니는 얼굴생김도, 환하게 웃는 모습도 복사판이었습니다.

‘어디서 공부했나?’ ‘미국에서 했습니다.’ ‘영어 잘 하겠네, 열심히 해라’하니까 학생도 그 어머니도 격려가 되었는지 만족하는 듯이 웃으며 ‘예’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의 반응이 좋으니 나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인사를 웃으며 잘 하니 저도 기분이 좋아 학생에게 덕담을 하게 되고 또 그것이 만족으로 다가가 환하게 웃으며 반응하는 것을 보면서 역시 웃음은 남을 기쁘게 해주고 편안하게 해주며 좋은 생각을 하게 되고 그를 향해 좋은 덕담을 하게 만들고 그것이 인사한 사람에게는 힘이 되어 열심히 할 것이니, 웃음은 진정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인간을 새롭게 하는 힘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 아침 '인사는 기쁨의 원천이구나, 인사는 용기를 샘솟게 하는 샘물이구나, 인사는 사람을 착하게 만들구나, 인사는 하면 할수록 마음을 순하게 만들구나' 하는 깨달음이 있게 됩니다.

어떤 때는 한 선생님께서 감독을 하시면서 지나가는 것을 보고는 웃으며 인사를 하네요. 또 어떤 선생님은 청소를 하다가 역시 웃으며 인사를 하네요. 또 어떤 선생님은 저가 퇴근하면서 늦게까지 일하시는 모습을 보고 다가가 ‘저녁식사는 했느냐?, 식사를 거르면 안 된다’고 하니 현관까지 나와 웃으며 '잘 가세요'하고 인사하네요. 또 지난 기말고사 시험기간에 운영위원 한 분께서 골마루에서 만나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떠오르네요.

우리학교 학생들도 반갑게 다가와 인사하는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볼 때면 학교에서 살맛이 납니다. 골마루를 지나갈 때도, 운동장 트랙을 돌 때도, 출퇴근할 때도, 운동장 트랙을 돌 때도, 청소를 할 때도 반갑게 인사하는 학생들을 보면 행복합니다.

저도 선생님과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인사를 하면 저도 웃으며 인사를 합니다. 마음이 편하니까, 선생님들의 수고가 눈에 보이니까, 학생들이 즐겁게 학교생활하는 것을 보니까 자동 웃음을 머금으면서 인사를 하게 되더군요. 억지로 무표정하게 하는 인사보다 웃으며 하는 인사가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게 되네요.

하지만 아직도 인사를 외면하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기만 합니다. 특히 아침 출근을 할 때 학생들이 빤히 쳐다보면서 무표정으로 지나가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합니다. 이런 학생들은 인사의 중요성을 모르고 인사의 체험이 없어 그런 것이 아닌가 싶어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어서 이들도 인사가 주는 힘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가장 기본 중의 하나인 인사가 체질화되도록 교육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학교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우리들의 바쁜 업무 때문에 외면할 때가 있음도 보게 됩니다. 우리 선생님들이 먼저 다가가 인사하며 어떻게 오셨는지? 무엇 때문에 오셨는지? 도와드릴 일이 무엇인지? 물어보면서 안내하는 배려도 필요하리라 봅니다.

오늘 아침 인터넷 신문을 보는 중에 어느분이 ‘시대가 시대인 만큼 어디가나 친절문화에 익숙한 현대인들로선 관공서를 방문할 때 친절 서비스 정신이 실종된 것을 경험한다면 황당하리만큼 어색함을 느낄 것이다. 민원인들이 북적대고 업무에 쫓겨 인사할 겨를조차 없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한가한 아침 일찍 찾아간 손님을 애써 외면하는 공무원 자세야말로 아직 시대에 뒤떨어진 후진문화권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느끼게 한다. 아침 일찍은 물론이고 하루 종일 업무를 지켜봐도 몇 안 되는 숫자의 손님(민원인)방문에 인사조차 할 수 없다면 뭔가 공무원 자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글이 가슴에 와 닿네요.

‘아침 일찍은 물론이고 하루 종일 업무를 보면서 손님(민원인)방문에 인사조차 할 수 없다면 뭔가 공무원 자세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지적을 똑같이 우리 선생님들이 받지 않도록 우리 모두 먼저 인사하고 먼저 다가가고 먼저 안내하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우리학교의 교화인 백합처럼 향기를 발하며, 우리학교의 교목인 태산목의 새하얀 꽃처럼 아름다움을 뽐내셔야죠.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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