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고사, 역시 어렵습니다

2006.07.08 15:02:00


우리는 흔히 이런 말을 합니다. 명사 앞에 '피(被)'자가 붙는 신세는 괴롭다고. 즉 피교육자의 어려운 입장과 처지를 말하는 것입니다. 교장 자격 연수를 받고 있는 연수생들. 신분은 교육자이지만 교육 받는 기간은 피교육자입니다.

겉으로는 평가에 의연한 척 하지만 속으로는 '어떻게 하면 논술고사를 잘 치뤄낼 수 있을까?'하고 큰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시험 과목은 미리 안내되어 있지만 시험 문제는 어떻게 출제될 지 출제교수 이외에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니 태연한 겉모습과는 달리 속으로는 걱정이 태산입니다.

학생들만 논술고사를 보는 것이 아닙니다. 예비교장들도 논술고사라는 관문을 피해 갈 수는 없습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입니다. 선배교장들로부터 논술고사 대비 노하우, 비법 등을 암암리에 전수해 가지고 오지만 그것을 실천하기란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노하우란 무엇일까요? 배운대로, 연수교재에 있는대로 그대로 쓰면 90점, 즉 보통, 중간밖에 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기만의 독창성을 지녀야 하고 결론부분에 자기 생각이 분명히 들어가고, 강의에 없었던 저자교수의 글 내용을 집어 넣으면 금상첨화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 말처럼 쉽습니까. 리포터도 그것을 실천하려 오후 강의 후 도서관으로 달려가보니 6시에 문을 닫아 허탕을 쳤습니다. 중등의 경우, 전공이 다 다르므로 아무래도 국어 전공이 유리하다고 국어 교감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내용을 알아야 쓰는 것이지 빈 머리속에서 글이 샘솟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논술고사 평가 기준은 대략 6가지입니다. 내용 이해도, 참신성, 논리성, 체제의 적합성, 문장 표현의 적절성, 현장 적용성 등입니다. 이 기준에 따라 5등급 분포 비율을 적용합니다. 상대평가가 되는 것입니다.

그 동안 연수생들은 학교경영 우수사례·훈화·교육경험담 중 하나를 택하여 5분발표 수행평가를 치루었고 학교경영구상 보고서를 작성하여 자신의 교육철학에 따라 교육관을 정립하고 학교 경영의 관리 능력을 신장시켰습니다.

오늘의 논술고사는 그것보다 더 어려운가 봅니다. 최선을 다하여 고사에 임하는 연수생들의 모습은 진지하기만 합니다. 연수생들은 이 평가를 긍정적으로 받아 들입니다. 어디 교장되기가 그리 쉬운 일인가요? 교장, 아무나 하는 것 아니잖아요? 최소 25년 이상의 교직경험을 쌓고 현장에서 그 어려운 점수관리를 하며 여기까지 온 것 아닌가요.

이제 교장자격 연수,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교원대 합숙 5주 중, 3주가 후딱 지나가고 말았네요. 세월 참 빠릅니다. 쏜살같이 지나간다는 말, 실감하고 있습니다. 603명의 예비교장들, 오늘 논술고사를 끝내고 나면 어깨가 한층 가벼워지겠네요. 건강 지켜가며 모두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바랍니다. '건승!'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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