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버릇없이 굴거나 잘못을 저지르면 흔히 하는 말이 '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치더냐?'라고 한다.
글쎄? 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가정에서 그렇게 가르친 것이 아니었을까? 요즘 가정에서 어린이들에게 기본 질서를 가르치는지 묻고 싶다. 사실 어린이들의 일상생활에서의 기본적인 예절이나 행동은 가정에서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자라던 시절에는 이렇게 버릇없이 하는 짓을 보면 흔히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이 "거, 뉘집 자손인고 좌립할 줄을 모르는 구만...."하시는 말을 들었다. 어느 학교 아이인가가 아니라, 뉘집 자손이냐를 따진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런 것을 학교가 아니라 가정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기본적인 예절이나 규율을 지키고, 남에게 폐가 되는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일 같은 것들을 가르쳐야 하는 것은 가정에서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요즘은 가정에서 이러한 일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아니 당연히 가르쳐야할 일을 안 가르쳐서 아이가 잘못을 저질러서 꾸짖기라도 하면 잘 못 가르친 부모로서 부끄럽게 생각을 하기는커녕 도리어 "당신이 뭔데 남의 귀한 자식의 기를 죽이려고 하느냐?" 고 따지고 싸우려고 덤비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대표적으로 음식점에서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되도록 뛰고 소리를 지르는 어린이를 나무라면 당장 불호령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오히려 부모들이 자기 자식이 버릇없기를 바라고 있다는 생각이 들만큼 지도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치더냐? 라고 할만큼 학교에서 가르치기를 바란다면 이런 어린이들에게 가르치는 학교의 교육 방침에 따라 주어야 한다. 학교에서 지도한 것을 반드시 지키도록 가정에서도 일관성 있게 지도가 되어야 한다. 교육이란 가정, 학교, 사회가 정 삼각형을 이르고 있으면서 협조가 이루어질 때 정상적으로 이루어져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가정에서 지도를 포기한 채, 도리어 학교에서 애써 가르친 것 마저 지키면 손해라는 식으로 가르치면서, 잘 못 된 것은 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치더냐 라고 한다면 이것은 도저히 용납 될 수 없는 교육의 파기가 되고 말 것이다.
가정에서 기본을 가르치고, 예절을 가르쳐서 적어도 많은 사람이 생활하는 단체 생활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남을 괴롭히는 일을 하는 사람은 없어져야 한다. 이것이 가정에서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모른 채 도리어 학교에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가르친 것을 지키게 하지는 못할 망정 도리어 누가 내 자식의 기를 죽이느냐라고 덤빈다면서 어떻게 학교에서 버릇을 가르치고 기본을 가르칠 수 있다는 말인가?
옛날에는 조부모님들이 한 집안에 살고 계셔서 어린 손자, 손녀들에게 기본을 가르치곤 하였다. 밥상머리교육이 그랬고, 무릎 학교가 그런 것이었다. 손자를 무릎에 앉히고 기본을 가르치고, 밥을 먹으면서 잘 못을 하지 않도록 가르쳐 주신 것이다. 무릎에 앉은 손자에게 자신의 내력을 가르친다. 마치 옛날 큰 문제작의 되었던 영화 [뿌리]에서 킨타 쿤테의 조상들은 자기 집안의 내력을 두 시간, 또는 며칠 동안 말로 전해주면서 이어가게 하듯이 집안의 족보를 가르쳤다. 그리고 사람으로서 행해야 할 기본을 가르치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조부모를 모시고 사는 경우란 거의 없다.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되어 버렸다. 이미 대 가족이라는 형태가 이상한 집안이고, 박물관의 유물 취급을 받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그런 속에서 조부모의 무릎학교, 밥상머리 교육은 없어지고, 오직 내 자식만을 호호 불어서 키우는 과보호만 남은 것이다. 그렇게 자란 어린이들이 학교에서는 말을 잘 들으며 사회에 나가서는 준법정신을 발휘하여 살아갈 수 있겠는가?
기본적으로 개인주의의 바탕에서 자신이 해야할 의무는 하지 않은 채 자기 주장만 내세우고 있다. 의무는 하기 싫고 자기에게는 베풀어주기만 바라고, 특별 대우만 받겠다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당연히 누구나 자기 주장만 내세우고 잘못을 저지르는 것조차 남의 탓으로만 돌리는 세상이다. 이것이 사회적으로 일반화된 가치 기준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지켜져야 할 기본질서는 어디로 가고, 이 사회는 어디로 갈 것인가? 가정에서 가르쳐서 지켜져야 할 기본질서가 사회를 지켜 나가는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인데, 이것을 지키지 못한 모습을 보았을 때만은 학교에 그 책임을 전가한다. 그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학교를 탓하지 말고 가정에서 바르게 가르쳐야 하지 않겠는가?
내 귀여운 자녀가 학교에 가서 기본도 모르는 망나니 취급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당연히 잘 가르쳐서 남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행동은 어떻든 공부만 잘하면 제일이라는 생각을 가진 부모들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정말 자신이 부모로서 무엇을 먼저 해야 할 것인지 하는 기본적인 임무조차 모르고, 왜 저렇게 학교에만 책임을 떠넘기는지 묻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