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이 하나가 되려면

2006.07.17 19:48:00

선생님, 오늘 하루 편히 잘 쉬고 계십니까? 저는 아침부터 지금까지 집에서 쉬면서 시간만 나면 뉴스를 봅니다. 전국 호우피해 뉴스 말입니다. 집중호우로 인해 인명피해, 재산피해, 시설피해, 각종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당하고 있는 분들을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빨리 장마가 끝나 더 이상 피해가 없었으면 하네요.

우리학교에도 지난주에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주에 친목회장의 주선으로 전 교직원들의 친목모임이 있었습니다. 교직원이 100명이 넘는데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시간 내기가 그렇게 쉽지 않아 몇 년 만에 처음 모이게 되었습니다. 정규 일과를 다 마친 후 차를 타고 인근 불고기로 유명한 봉계에 있는 식당에 가서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날 친목모임은 교장선생님이나 저의 어떤 지시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전적 친목회장의 생각으로 1학기 동안 선생님들께서 열심히 학생들을 지도해왔고 방학이 다가오고 있으니 화합과 친목을 다지기 위해 친목모임을 했으면 좋겠다는 건의를 해와 교장 선생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친목회장님은 학교운영위원장에게 함께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려 뜻이 있는 부회장, 총무, 동창회회장을 맡고 계신 운영위원과 함께 참여를 했는데 한 선생님께서 운영위원들이 참여한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학부모들이 여기에 왜 오셨느냐?’고 언짢은 소리를 해 참여하신 운영위원들은 물론 교장 선생님께서 민망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저는 조금 늦게 참석해 그 순간을 보지 못했지만 이렇게 하므로 순식간에 분위기는 썰렁해졌고 친목은커녕 친목을 깨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교장선생님께서는 운영위원들은 옆방으로 옮겨 식사를 하게 하시고는 돌아가게 하셨습니다.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입니까? 정말 가슴이 답답하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차를 타고 오면서 한 선생님께 어떻게 된 것인지 물어보았더니 순수하게 우리 교직원들만 한 자리에 모여 친목의 시간을 가지는 줄 알았는데 아무런 말도 없이 난데없이 운영위원들이 나타났으니 불쾌했다는 것이죠. 그분들이 조금 대접해놓고 학교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간섭만 할 것 아니겠느냐고 말입니다.
원활한 의사소통이 되지 못한 점, 선생님의 자기만의 생각과 선택, 교장 선생님에 대한 오해 때문에 빚어진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리 자기 생각이 옳다 하더라도 그 중요한 친목의 시간에 꼭 말을 했어야 했는지? 조금만 참았더라면 좋은 분위기 속에서 친목모임을 끝낼 수 있었을 텐데. 그 다음날 와서 따질 것 따져도 얼마든지 될 텐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친목회장님께서 운영위원장을 비롯해 몇몇 뜻있는 분들이 참석할 것이라는 것을 사전에 선생님들에게 알렸더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더군요.

또 아무리 사전에 이야기도 없이 학부모운영위원들이 와서 불쾌하다손 치더라도 친목모임에 오신 손님을 어떻게 그렇게 무례하게 행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지나가는 손님이 잔칫집에 들려도 따뜻하게 대접해 보내드리는데 어찌 학교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함께 힘쓰시고 애쓰시는 운영위원들에게 그렇게 매정한 말을 하여 그분들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있는지 정말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 선생님께서 전 선생님에게 메신저를 통해 사과말씀을 한 것은 다행입니다만 앞으로는 언행에 대한 더욱 신중함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선생님들 중에는 아직도 교장 선생님께서 운영위원장을 비롯해 운영위원들이 참석하도록 친목회장에게 지시한 것처럼 오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매일 아침 8시 반에 교장 선생님, 행정실장님, 저, 교무부장님이 모여 하루 일과를 점검하고 준비합니다. 그래서 학교에 일어나는 일들은 소상히 압니다. 이번 친목모임에 대해서도 교장 선생님께서 친목회장이 친목회를 하자고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물으셨습니다. 그렇게 하자고 말씀드렸지요. 그러면서 많은 교직원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도 일부 선생님들은 교장 선생님에 대한 편견과 잘 알지 못하는 오해 때문에 교장 선생님을 불신하고 거리를 두려고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정말 안타까울 뿐입니다.

정말 교직원이 하나가 되려면 무엇보다 원활한 의사소통과 선생님들의 언행에 대한 절제, 교장 선생님에 대한 자기편견과 오해를 푸는 것이 중요하구나 하는 일깨움이 이번 친목회에서 얻은 소득입니다. 지나간 일들 다 잊어버리시고 오직 학생들을 향하는 마음이 하나가 되었으면 합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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