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사가 된 교장선생님

2006.07.27 09:35:00

교장선생님이라면 아무리 누가 뭐라고 해도 조금은 점잖은 분이라는 생각이 앞설 것이다. 사회적으로도 비교적 존경을 받는 자리에 근무를 하는 분이고, 특별히 욕을 먹을 짓을 하는 일도 별로 없는 분들이라고 할 것이다.

더구나 학생들에게는 상당히 엄격하신 분이고, 존경받는 위치에 서 계신다고 생각을 갖게 할 것이다. 아무리 요즘 세상이 변하여 비록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점잖은 직업이고 점잖은 분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교장 선생님이 정년 퇴임을 하자마자 이제 할 일이 없으니까 다른 일을 찾아 나서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그 중에 상당수가 야간 당직을 서는 경비업체에 고용이 되어서 야근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실 야근이라면 범죄예방이나 여러 가지 힘들어서 해야 할 일도 있을 텐데, 요즘 대부분의 경비업체에서는 정년 퇴임을 한 분들을 주로 뽑아 쓰고 있다.

이런 곳이 아닌 전혀 새로운 직업을 선택하여 새로운 삶을 개척하신 분들이 가끔 눈에 뜨인다. 부동산 중계업을 하는 분들도 그렇고, 택시 기사로 취업을 하신 분들도 가끔은 눈에 띈다.

오늘 여기 소개할 분도 그런 분 중의 한 분이다. 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임을 하자마자 이발사 자격증을 따고, 이발소를 차린 분이다. 이미 퇴임을 목전에 둔 겨울 방학 동안에 이발학원에 등록을 하여서 공부를 시작하였었다고 하였다. 그리하여서 퇴임을 한 뒤로 두 달만에 자격증을 따냈고, 곧장 이발소를 차렸지만, 혼자의 힘만으로는 어려움이 있어서 처음 3개월 동안은 이발사를 한 분 두고 운영을 하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학원에서 배운 것만으로 모자란 부분을 스스로 익히고 실제로 경험하면서 배웠단다. 이렇게 해서 퇴임 6개월만에 정식으로 자신이 직접 경영하는 이발소의 사장님이 되셨단다.

이름하여 '모범이발관'. 요즘 흔히 말하는 퇴폐와는 거리가 먼 순수한 옛날 식의 이발관이란다. 요즘 이발관에 간다면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볼 정도로 이발소가 아닌 이상한 곳이 되어 버린 이발관을 순수함을 지키는 그런 이발관으로 만들어서 운영하겠다는 의지라고 하였다.

"처음엔 좀 쑥스럽고 그랬지. 그렇지만 이제는 아무런 부끄럼도 쑥스럼도 없어졌어. 내가 뭐 남을 속이고, 남에게 못할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남에게 봉사하고 봉사한 만큼만 받아서 생활에 보탬이 되면 좋고 아직은 그냥 소일거리로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별로 걱정도 없고 얼마나 속이 편한지 몰라."

이렇게 말하면서 지난달에는 이발을 하던 분이 나가고 혼자서 시작을 하여서 처음으로 결산을 해보니까, 운영비가 빠듯하더라고 운영이 어렵다는 말을 한다. 그래도 걱정은 없단다. 전기세 몇 푼, 가계세와 수도세 조금 내면 되는데 그까짓 거야 안 되겠느냐는 것이다.

"요즘은 점점 알려져서 중년들은 우리 이발소를 일부러 찾아오고 있어. 요즘 이발관에 가기가 이상하지 않아. 그런데 여기 오면 나하고 얘기하면서 부끄러운 일없이 이발만 하고 가니까 깨끗하고 기분이 좋다고들 친구들을 데리고 오기도 하고 단골도 생겼어"하고 말을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게된 것은 별로 좋은 모습은 아니다 싶다.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인재를 기르는데 드는 비용은 얼마나 많으며, 그 동안 쌓은 경륜을 살려서 좀 더 유익한 곳에서 나라를 위해 더 큰 일을 할 수도 있을 텐데 단순 노동에 해당하는 가위질을 하는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여야 한다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이 아니겠는가?

지금 이태백이 현실이고, 45정이 보통이며, 56도가 되는 세상이라지만, 갈수록 노령화되어 가는 대한민국의 앞날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노령 인구의 활용이 대단한 국가적 과제가 될 것이다. 노령 인구의 활용을 하되 가장 효율적이고, 경력이나 개인이 가진 기능이나 능력을 살려서 나라에 유익한 노동력이 되도록 하는 것만이 이 나라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고 노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발사가 된 교장선생님의 경우는 국가가 가장 잘 못된 인력관리를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만 같아서 씁쓸한 기분이다.
김선태 한국아동문학회 회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노년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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