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학습자가 되렵니다

2006.08.02 16:11:00

오늘 교무실에 있을 때는 그렇게 더운 줄 몰랐었는데 밖에 나가니 날씨가 장난이 아니네요. 시계유리가 깨져 갈아 넣기 위해 잠시 나갔는데 가끔 들렸던 가까운 금은방은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겨버렸더군요. 할 수 없이 공업탑 주변을 잠시 돌았는데 이마에 땀이 줄줄 흐르네요. 세 군데나 금은방을 찾았지만 휴가를 갔는지 다 문을 닫아놓았더군요.

허탕만 하고 돌아왔습니만 마음은 어느 때보다 기뻤습니다. 왜냐하면 교문 진입로에 휴지, 과자봉지 등 각종 쓰레기가 흩어져 있어 땀을 뻘뻘 흘리면서 그걸 양손에 가득히 주워 휴지통에 버리고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냥 모른 체하고 들어올 수도 있었습니다만 선한 양심이 외면하지 못하게 하더군요.

교무실에 들어오니 에어컨 바람이 어느 때보다 더 시원하게 느껴졌습니다. 거기에다 선풍기까지 틀어놓으니 이렇게 시원함을 느껴본 적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사소한 작은 일이지만 보람된 일을 했다는 자부심에 더 시원함을 느낀 것 같네요.

오늘 어느 책을 보니 ‘링컨의 리더십’이라는 책을 쓴 도널드 필립스는 미국 역사에 영향을 끼친 탁월한 지도자들을 연구했는데 그들은 모두 다 평생 학습자(Lifelong Learner)들이었고 빨리 배우는 사람(Fast Learner)들이었다고 합니다. 그 말에 공감이 가더군요.

저는 오늘 학교에서 어느 선생님의 학생을 지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고 ‘그 선생님을 일찍 만나 빨리 배웠더라면 보다 훌륭한 교사가 될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선생님께서는 아침 9시 5분쯤 한 학부형에게 전화를 하더군요.

‘아무개 어머니 되십니까? 저가 아무개 담임입니다. 애가 아직 학교에 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된 겁니까? 학교에 일찍 갔는데요? 아직 학교에 오지 않았으니까 빨리 휴대폰을 쳐서 학교에 오라고 하세요.’

그리고 나서는 또 한 학부형에게 전화를 하더군요. 전화 내용은 동일했는데 말미에 ‘애가 종종 지각을 하니 좀 잘 챙기세요.’ 이렇게 전화하는 것을 보고 그냥 평소에 모범적인 선생님이시라 방학 때에도 꾸준히 학생들을 챙기고 지도하고 계시구나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 이 두 학생이 교무실에 와서 꿇어앉아 반성문을 쓰고 있는데 놀란 사실은 그 담임선생님께서 커피 두 잔을 자판기에서 뽑아와 반성문을 쓰는 학생에게 주더군요.

이와 같은 따뜻한 사랑의 모습을 평생 보지도 못했고 저도 그렇게 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학생들 지도는 이렇게 해야 되는구나, 저가 교사시절에 이렇게 훌륭하신 선생님을 만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선생님께서 저에게 교육이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셨고 앞으로 저가 어떻게 하며 학교생활을 해야 할지를 깨우쳐 주더군요.

학교식당에서 나란히 옆에 앉아 점심을 먹으면서 잠시 대화를 나눴는데 이웃학교 교장선생님께서는 자기가 교감시절 너무 힘이 들어 교감선생님께서 쉴 수 있는 전용 휴게실을 만들어주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물론 남아도는 교실이 있어 그렇게 하셨겠지만 교장선생님의 교감 시절 고생한 경험이 이런 따뜻한 배려를 하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저도 선생님들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겠다는 것을 배우게 되더군요.

링컨 대통령의 좌우명은 ‘만나는 사람마다 교육의 기회로 삼아라’라고 합니다. 저는 오늘 학교에서 한 선생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책을 통해서도 많이 배웁니다.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신문을 통해서도 배우고, 인터넷을 통해서도 배웁니다. TV를 통해서도 배웁니다. 자연을 통해서도 배웁니다.

배우고 깨우치는 것마다 메모를 합니다. 마음에 새깁니다. 실천에 옮기려고 애를 씁니다. 그리고는 공유하려고 애를 씁니다. 그리하여 비록 역사에 영향을 끼치는 탁월한 지도자는 못될망정, 훌륭한 교육자가 못될망정 교육자의 모델이 되고픈 소박한 꿈을 가지고 평생 배우는 평생 학습자가 되려고 합니다. 빨리 배우는 자가 되려고 합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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