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체험 ! 참으로 멋진 일이고 도시 사는 사람으로서는 당장 달려가고 싶은 호기심이 발동하는 신나는 일이다.
오늘 나는 휴가를 맞은 큰 아들네의 갯벌 체험에 함께 따라 가기로 하였다. 지난 초여름에 한 번 갔으나 시간에 쫓겨 제대로 잡아 보지도 못하고 왔었기에 이번만은 제대로 좀 해보고 싶었다. 사실 갯벌 체험장으로 개방 된 바닷가는 이미 갯벌이 죽어 간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서 사실을 확인도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충남 서천군 비인면 월하성 갯벌체험장까지 무려 세 시간이상을 달려간 것이다.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물이 빠져서 훤히 바닥을 드러낸 갯벌을 향해서 부지런히 나아갔다.
이곳은 맛살을 잡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지만, 또 하나 백합이라고 알고 있는 조개잡이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우선 처음 들어갈 때는 물이 저만치 밀려 나가고 있어서 아직 맛조개를 캘 수 없는 시간이라고 하였다. 맛조개를 잡으려면 물이 충분히 나간 다음에 물이 거의 빠진 모래밭이라야 잘 잡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맛 조개를 잡는 재미가 제일이라는데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일단 몇 번을 시도해 보았지만, 물이 많아서 잘 잡히지도 않고 소금만 뿌려 대고 말았다.
3개월 전에 왔을 때는 모래밭이 깨끗하고 뻘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는 물이 흐르는 길이 더 넓어지고, 군데군데 뻘밭이 생겨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파도에 휩쓸려 잔잔한 파도 같은 무늬를 그리고 있는 모래밭에는 푸르스름한 이끼가 끼어 있어서 깨끗하였던 봄철과는 많이 달라 보였다.
일단 준비한 도구를 이용하여 맛조개를 잡으려고 했지만 잡히지 않아서 땅만 파다가, 맛조개 보다 상당히 많은 백합조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애라 모르겠다. 차라리 백합이나 캐자.'
이렇게 생각을 한 나는 조개 캐는 삽을 이용하여서 백합을 캐기 시작하였다. 제법 잘 나오는 조개를 주어 담기가 바쁠 만큼 캐어서 거의 한 자루를 캐었다. 그러다가 이젠 기어이 맛살을 좀 잡아 보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모래밭의 윗부분을 살짝 거두어 내고 맛살의 구멍을 찾아낸 다음에 그 구멍 위에 소금을 한 웅큼쯤 뿌려 놓았다.
구멍을 따라 소금이 스르르 빨려 들어가고 나서 잠시 기다리면 모래굴 속에서 맛살이 쏘옥 고개를 내밀고 나온다. 처음엔 조심스럽게 약간 고개를 내밀다가 곧 이어서 온 몸의 1/3에서 1/2까지 밀고 올라오는 맛조개를 살짝 잡고 있으면, 아직 땅 속에서 나오지 못한 밑동 부분을 끌어 올려서 빠지게 된다. 이렇게 하면 맛조개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나도 겨우 몇 마리를 잡았지만, 엉뚱한 구멍에 소금만 부어 넣기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이 모래밭은 점점 맛살이 없는 죽은 모래밭이 되어 가는 것이다. 마구 뿌려 대는 소금 때문에 모래밭에서 사는 동물들, 조개나 게 같은 것들의 생태계에 변화를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이 월하성 모래밭을 망치는 일에 한 원인이 되어 갯벌이 죽어 가는 줄 모르고 오직 나만 즐거우면 된다고 생각하고, 즐기고 온 셈이 되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갯벌이 죽어간다고 새만금방조제를 못 막게 호소하던 환경운동가들에게 매맞을 짓을 하고 돌아 와서 참회하는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