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날씨가 6일은 섭씨 36.7도, 10일은 36.6도까지 올랐다. 합천은 10일 38도까지 올라 올여름 전국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대구나 합천만 그런 게 아니라 전국이 며칠째 체온을 웃도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한번에 쏟아 부어 수해로 고생하게 하지 말고 이렇게 더울 때 소나기라도 한 줄 내려주면 좋으련만 비 소식도 없다. 방학이라고 집에서 편히 쉬고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생활하는데 최적의 온도가 25도란다. 하지만 불볕더위에 휴가도 못 가고 산업현장이나 들판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25도 타령을 하기도 민망하다. 하지만 밤잠마저 설치는 날이 많다 보니 요즘은 집안에 에어컨을 켜놓고 25도를 즐기며 사는 사람들이 부러워진다.
'아무리 더워 봤자 며칠뿐이겠지? 창문만 열면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는데 에어컨이 꼭 필요한가?' 에어컨을 사지 않은 이유가 있으니 더위쯤은 그래도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더위에 다음달 입주가 시작되는 서울 역삼동 현대아이파크의 프리미엄이 8억 원을 넘는다는 소식을 들으니 체온이 더 뜨거워진다. 11억 원이라는 분양가도 그렇지만 8억 원이 넘는 프리미엄마저 일반 서민들의 처지에서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돈이라 주눅이 든다. 더위 먹어 나른한 몸에서 더 힘이 빠지고 어깨마저 처진다. 프리미엄이 8억 원을 넘는 세상은 분명 살맛나는 세상이 아니다.
남 생각 안 하는 부자들이 자본주의에서 돈 놓고 돈 먹기 하는데 웬 시비냐고 따지면 할 얘기는 없다. 그래도 일반 서민들은 생각할 수도 없는 11억이라는 분양가나 8억 원이 넘는 프리미엄을 곱게 봐줄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남 잘되는 게 배가 아파서 시비 거는 것이 아니다. 무더위 속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서민들의 의지를 꺾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사회정의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허리띠 졸라매며 저축하면 땅도 사고 집도 지을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치는 게 교육적이다. 서민들도 그렇게 사회정의가 살아있는 사회에서 살기를 원한다. 매년 땅이나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거나 부모 잘 만나 땅이나 집 많이 가진 사람들만 호의호식하는 사회는 많이 가진 사람들만 좋아한다.
프리미엄이 8억 원이라는 말에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사회라면 이 더운 여름날 주인은 에어컨 켜놓고 시원한 집안에서 낮잠을 즐기는데 땀샘이 없는 개가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헉헉거리며 혀를 길게 내밀고 있는 꼴과 뭐가 다른가.
세상 돌아가는 꼴이 교육을 어렵게 한다. 잘난 어른들이 교육을 망치는데 앞장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