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장학관님의 말씀

2006.09.04 08:45:00


얼마 전 지역교육청이 주관하는 교원평가 인식 제고 및 현장 확산을 위한 '교원평가! 이렇게 합니다'라는 초·중학교 교감 연수가 있었다. "이제 교육부에서는 교원평가를 기정 사실화하고 밀어 부치고 있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와는 별개로 장학관님 인사 말씀 도중에 "우리 지역에서 1학기 동안 선생님 구타 사건이 3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또 어떤 교사가 사회적으로 지탄이 되는 과잉체벌을 했나?" 생각했다. 그러나 좀 더 듣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처음엔 내 귀를 의심하였다. 교사가 학생에게 맞은 사건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세상 말세'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장학관님의 말씀에 의하면 초등 1건, 중학교 2건이 있었는데 '있을 수 없는 사건'이라며 '자식이 부모 때리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니냐고 되묻는다. 시대가 변해, 사회가 급변해 교사의 입지는 약해져만 가고 있다. 교권이 위축되어 현장에서 이른 바 말빨이 먹혀 들어가지가 않는 것이다. 교사의 지도가 학생에게 통하지 않는 것이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사용하는 제어 방법이 제대로 통하지 않고 오히려 역습을 당한다는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내가 잘못했어도 선생님이 나를 어찌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퍼져있다고 한다. 선생님이 체벌을 가하면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는 판이니 선생님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체벌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으로 퍼뜨리는 세상이다.

그래서 일부 학생들은 자기의 질못을 꾸짖는 선생님에게 본인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반성할 생각은 아니하고 선생님께 대들거나 심지어는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해 선생님을 때리는 일까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교감들에게 당부한다. "교직원 회의에서 체벌을 절대 하지 않도록 선생님들에게 신신당부하라"고 강조한다. 이런 말씀도 곁들인다. 요즘엔 매 한 대에 1,000만원이다. 그리고 상처가 나지 않아도 2,000만원이 기본이다. 어떤 교사는 5,000만원 물어 주고 다른 학교로 떠난 교사도 있다.

장학관님의 오늘 말씀, 우리 선생님들을 위해서 하신 것이다. 선생님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다. 오죽 안타까우면 공식 석상에서 이런 말씀을 하실까? 과거, 학부모가 조금 억울해도 자식 교육을 위해 참았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엔 아니다. 교사는 학부모에게 밥이다. 잘못해서 한 번 걸려 들면(?) 꼼짝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직을 유지하려면 그들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어야만 하는 세상이 되었다.

8월 31일, 리포터는 부산 mbc 라디오 '아침의 발견'(07:15~07:50)에 체벌금지법을 주장하는 민노당 최순영 의견과는 정반대의 입장으로 생방송 인터뷰를 하였다. 체벌금지법이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아니다. 교육현장이 무너져 가고 교권이 땅에 떨어진 곳에서는 아무런 교육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은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알고 있을까?

학생 인권도 중요하지만 교사 인권은 더 중요한 것이다. 선생님이 학생으로부터 구타 당한 그 곳에서 교육의 설자리는 한 뼘도 없는 것이다. 교육 망치는 지름길로 달려가는 정부와 여당의 정책이 안쓰럽기만 하다.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아마추어 정부' '시행착오 정부'. 나만의 생각일까?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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