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초가 되면 곧잘 ○○○국회의원 요구 자료라면서 공문이 수시로 날아든다. 때론 공문처리에 하루 일과를 모두 빼앗길 정도로 많은 양의 공문이 전달되기에 시간에 맞추어 보내기에 급급한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특히 학기초에 이런 상황은 심각할 정도의 업무 부담으로 다가온다.
뿐만 아니라, 명색이 국회의원 요구 자료이기 때문에 하루라도 늦으면 일선 단위의 교육청에서 부랴부랴 전화를 해 대며 독촉하기 일쑤이다. 그래서 교사들은 국회의원 요구자료 관련 자료라면 다른 무엇보다 먼저 챙겨 보아야하는 경우가 많다.
이걸 국회의원들이 다 보기가 할까?
교원들의 잡무중의 하나인 공문처리는 특히 학기초가 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아이들의 신상파악에서 수업 분위기 조성 등에 힘을 쏟아야 할 학기초에 이런 공문처리에 정신을 쏟다보면 곧잘 아이들의 지도에 신경을 덜 쏟을 수밖에 없다.
“○○ 선생님, 국회의원 요구자료 내일까지 보고해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근데, 교감선생님 무슨 국회의원 요구 자료가 하루가 멀다 하고 옵니까.”
“저라고 알겠어요. 국회의원들이 우리 선생님들이 학교현장에서 잘 하고 있는지 챙기는 것 아니겠어요.”
아침부터 접수된 공문을 넘기면서 교감 선생님과 해당 업무 담당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다들 국회의원 요구 자료에 꽤나 힘들어 한다는 것을 쉽사리 알 수 있다.
“이거 원 우리가 국회의원 일개 비서도 아니고!”
“그러게나 말이에요. 일선학교의 책걸상 개수에서부터 시작해 도서관에 비치하고 있는 책 종류까지 일일이 다 보고하라고 하니….”
“해 달라고 하긴 하는데, 이걸 해당 국회의원들이 다 보기나 하는지…”
선생님들은 아침부터 전달되는 국회의원 요구자료 공문에 짜증이 나는지 곧잘 불만스러운 내색을 드러낸다. 특히 통계자료를 위한 자료의 숫자 파악은 정말로 귀찮고 힘들 일 중의 하나이다. 뿐만 아니라 표현만 다를 뿐 동일한 내용을 반복해서 조사해 달라는 요구도 상당수다.
제발 학교 본연의 업무가 무엇인지 고민해 주십시오!
요즈음 곧잘 교원들이 개혁의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다. 특히 대다수의 교원들이 시대적 대세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언론들에서 난도질을 해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어느 곳에서도 학교현장의 모습을 제대로 알고 있는 곳은 드문 것 같다.
특히 일부 언론들에서 학교 현장이나 교원들은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심증만 가지고 뭇매질을 하는 경우를 보면 부아가 치미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정작 일선 학교 현장에서 밀려드는 잡무로 고역을 치르는 교사들의 모습에 대해서도 어느 누구도 언급하지 않는다.
교사들의 주 업무는 다름 아닌 수업과 학생지도이다. 하지만 우리 교육현장에서는 수업과 학생지도는 당연히 잘 해야 하는 것이고, 거기에 덧붙여 여러 가지 잡무를 맡아서 해야 하는 실정이다. 잡무라고 하면 수업과 학생지도와 관련된 행정적인 사항이나 지침 처리라 할 수 있다.
이런 잡무의 중요성이 곧잘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강조되는 경우가 있다. 국회의원 요구 자료 요구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국회의원들이 우리 교육현장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법을 만들어가야 함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학교에 접수되는 대다수의 국회의원 요구 자료는 이런 것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또한 그렇게 수많은 학교에서 올라간 대다수의 통계자료가 실제로 국회의원들에게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질까도 의문이다. 가령 한 명의 국회의원이 요구한 자료는 교육부, 도교육청, 시군 교육청을 통해 학교로 전달되고, 처리된 공문은 역으로 전달된다.
수많은 학교에서 전달된 공문이 통계처리를 거쳐 해당 국회의원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들어야만 된다. 하지만 정작 이런 과정을 거쳐야만 완성되는 결과 자료는 교육현장을 이해하고 보다 나은 우리 교육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을 달 수밖에 없다.
학교현장을 발로 뛰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시간, 그리고 비용까지 드는 이런 비효율적인 공문 처리 체계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일선 학교 현장에서 국회의원 요구 자료를 만드느라고 본연의 일까지 제쳐두는 경우까지 생긴다면 이는 정말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그 분야에서 일하는 국회의원이라면 우선적으로 최소한 일선 학교 현장을 발로 뛰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책상머리에 앉아 자료만 요구하고, 전달된 자료만 보고 학교현장에 대한 모든 것을 파악한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법률로 입안된 교육정책을 법안으로 결정하고 시행하는 데 책임을 진 국회의원이라면 최소한 학교현장의 돌아가는 모습을 실제로 관찰하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도 있듯이, 종이문서에 의존하지 말고 제대로 현장을 보고 정말로 다양한 교육정책이 합리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는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일선 학교의 대다수의 선생님들은 수많은 잡무에 시달린다. 물론 그것도 학생 지도의 한 부분이라고 여긴다면 당연히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일선 학교에 전달되는 많은 공문들 중에는 실제로는 학교 현장과는 동떨어져 있는 불필요한 내용을 요구하는 것도 많다. 최근 급속도로 늘고 있는 국회의원 요구자료 중에서도 정작 수업이나 학생지도와는 별개의 것들이 많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몇 년 전부터 교원들의 잡무를 줄여 준다는 말들은 많이 있었지만, 실제로 학교현장에서는 날이 갈수록 잡무가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정작 교사들이 제대로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데 쏟을 수 있는 시간은 역으로 줄고 있다. 국회의원 요구 자료에 이런 부분은 왜 포함되지 않는지 의문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