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에 왔다가는 어린이들을 보면 반드시 몇 학년이냐고 물어서 해당학년의 사회공부에 도음이 되는 곳을 꼭 찾아보도록 안내를 해준다. 예를 들어서 3,5학년의 경우 어린이 박물관을 보면 반드시 민속박물관의 제2관 생활관을 보게 하고 그것이 끝나면 야외전시장을 보게 안내한다.
"저 담장 밑으로 나가시는 길에 잘 둘러 보시면 물레방아, 연자방아, 대장간, 너와집 등 교과서에서만 본 것들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꼭 보시고 가십시오."
내가 근무하는 곳이어서가 아니라 민속박물관에 자원봉사를 하면서 관리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정성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조그만 공간이라도 그냥 놀리거나 버려 두지 않는 알뜰함으로 박물관 안의 모든 시설들이 운영되고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는 입구에 보면 건물의 바로 곁에 모래뿐인 폭 1m 정도의 공터가 길게 있다. 이 공터가 너무 흉해 보여서 집에서 기르던 붉은 들깨와 미모사(신경초) 모종을 20여 그루씩 가져다 심어 주었다. 그런데 며칠 후 비가 내리고 나서 가보니 이곳에 질경이를 잔뜩 심어 놓았다. 물론 신경초는 상당히 없어지고 몇 그루만 남았었다. 이 곳을 관리하시는 자원봉사자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신경초를 미쳐 보지 못했다고 미안해하신다. 다음 번에 나가는 날에는 약 30그루 정도의 신경초를 가져다 드렸다. 그랬더니 화단의 빈 공간을 만들어서 심고 또 일부는 네모난 화분을 가져다 잘 심어서 가꾸어 주었다.
얼마나 지난 후에는 이곳에 제법 굵어진 목화 나무가 심어졌다. 키가 3,40cm는 되는 것들이었다. 그렇게 심은 질경이는 황무지 같은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제법 씨가 맺힌 이삭들을 달고 있다. 목화는 비료를 잘 주어서 아주 싱싱하게 자라서 이제는 환한 목화꽃이 피고, 다래<목화 열매>가 제법 자랐다.
오늘 자세히 살펴보니 이 곳의 목화나무들 중에는 세 가지의 잎 모양을 가진 다른 종류의 목화 나무가 보였다. 아주 어린 시절 우리 밭에서 자란 목화송이 중에서 가끔 보이던 모습이어서 무척 반가웠다. 보통 목화는 잎이 상당히 넓은 물갈퀴가 달린 오리발 모양의 세 갈래이지만, 이곳 목화 중에는 잎이 넓은 보통 것과 삼 잎처럼 가늘게 찢어진 것, 그리고 약간 찢어진 단풍잎 모양의 중간형으로 세 가지 잎 모양을 가진 목화가 마치 비교해 보라는 듯 나란히 심어져 있었다. 내가 어린 시절에 본 것으로는 잎이 삼 잎처럼 가늘게 찢어진 것은 솜 송이가 약간 노란빛을 띄웠던 것으로 생각이 된다. 올 가을에는 유심히 살펴보아서 여러 사람에게 알려주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오늘 이런 화단을 보면서 작물 재배한 곳을 좀 살펴보려고 했는데, 막 나서자 어린이들이 신경초를 모르고 지나친다.
"자 이리 와서 이것 좀 만져 볼까?"
내가 일부러 안내를 해서 신경초를 만지게 하자 아이들은 너무 좋아하면서, 미모사와 장난을 해댄다. 이 모습을 보니 여기 심어준 것이 참 잘했다 싶었다.
목화밭을 지나서 박물관의 뒤편에 있는 작물 재배하는 곳으로 가보았다. 서울 한 복판의 공터에는 여러 가지 작물들이 심어져 있었다. 가을 채소밭으로 가꾸어진 배추밭, 올 겨울 동안 자라서 봄철에 먹게 될 당근, 양념감으로 인기 있는 생강, 고추밭과 부추밭, 그리고 누렇게 익어 가는 벼논도 있다. 아마도 농약을 주니 않아서 메뚜기도 자랄 것이지만, 메뚜기 새끼가 없었나 보다. 불행하게도 메뚜기가 나르는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작물들이 어울려서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을 멀리 농촌에 나가지 않아도 볼 수 있게 해두었다는 것이 고맙기만 하다.